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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n 30. 2023

176일

2022년 1월 6일부터였습니다. 

변화를 위해 나를 고립과 수행의 길로 들여보낸 지 정확히 오늘 6월 30일 기준으로 176일이 흘렀습니다.

6개월의 시간을 나에게 부여했어요.

정확히 6개월 동안 나에게 전념하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운과 요행이 따라야 했습니다.

돈을 벌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 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늘 아슬아슬했습니다.

집안의 금붙이를 모조리 팔아치웠어요. 아이들 돌반지며 결혼반지까지요. 

때마침 금값이 고점이라 괜찮은 금액이 손에 쥐어졌지만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어요. 삶을 지탱해 주는 공과금과 한 달을 버티게 해 주는 식비는 챗바퀴처럼 끝없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요.

학부모들과 불필요한 술자리를 만들지 않아요.

이제는 외로움이 당연해졌고 고립은 괜찮은 일이 되었습니다.


정체성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평일 주말 공휴일 무관하게 아침 6시에 일관되게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은'을 발음하는 형태의 입모양을 하고 눈을 뜬 오늘을 감사히 여기며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부자가 되었다는 외침을 되뇌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릅니다. 

가글을 하고 공복에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십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아픈 곳은 없는지 온몸을 구석구석 주물러줍니다. 

햄스트링을 늘려주고 스쿼트를 15개 합니다.

책상에 앉아 마인드 시트를 한 장 작성하고 긍정확언과 목표를 적어봅니다. 


술을 끊었습니다. 

야식을 먹지 않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습니다. 

더 이상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사지 않습니다. 

탄산음료는 가급적 마시지 않으려 합니다. 

시리얼, 과당, 우유, 고운 밀가루 음식을 멀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배부르지 않게 단순하게 먹고 소식하려 합니다. 

미식의 세계에서 멀어졌습니다. 

오마카세며 프렌치 레스토랑이며 미슐렝 어쩌고 하는 등의 이야기에서 멀어졌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합니다. 

비난하거나 험담하지 않습니다. 불평불만 표출하지 않으려 합니다. 

탓하는 걸 멈추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상상을 발전시키지 않습니다. 

말을 아끼려합니다. 입을 닫는 편이 좋습니다.

나를 믿고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소리 내어 격려해 줍니다. 

매일 1시간가량 산책하거나 맨손운동을 합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바로바로 구매합니다. 

좋은 글을 읽고 책을 읽습니다. 좋은 영상을 보고 듣습니다. 


가계부를 작성했습니다. 

무지성 소비와 사치를 없앴습니다. 

집안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조리 처분했습니다. 

의미 없이 놓여있던 전화기와 생각 없이 들었던 상조를 해지하려 합니다. 

터무니없이 높은 통신료를 낮추었습니다.

보지도 않는 벽걸이 tv를 없애려 합니다. 

자동차는 굴러만 가면 되고 여행은 시간을 만들어 제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타인과 주변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주체성을 가지고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꾸준함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냥 하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일을 사랑하고 과거의 실수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생각하고 몰입하고 성장하기로 했습니다. 

주 4일이니 워라밸이니 하는 잡소리는 집어치우기로 했습니다. 

한번뿐인 내 인생 후회 없이 제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적고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6월 말까지 인생의 방향 초고를 완성한다."

100일까지 글을 썼고 그 이후로 오늘까지 약 70여 일간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고 듣는 것에 빠져 글을 쓸 마음조차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진득하니 앉아 글을 쓸 태도가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마음껏 빈둥거리고 마음껏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조바심 가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약속한 6개월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럴듯한 초고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책 한 권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 한 자락은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끝이 아닙니다. 

내일도 6시에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른 목표를 적고 소리 내어 읽고 고민할 것입니다. 

하루에 100번씩 쓰고 읽으라는데 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 방법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양자역학과 끌어당김, 알아차림, 자기 돌봄, 수행, 고립, 각성, 중력, 긍정확언, 감사, 꾸준함, 사랑에 대해 인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배우고 지혜를 갈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나의 사명을 찾았습니다. 

나는 이제야 나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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