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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19. 2023

당신이라는 토양

당신은 어떤 흙인가?

당신의 토질은 어떠한가?

에너지 레벨은 어떤가.

당신의 토양은 균일한가.


나는 흙으로 치면 이미 썩어버린 두엄이었다.

때를 놓치고 뒤섞지 못하여 곪아버리고 못쓸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40여 년을 그렇게 방치해두다 보니 그 정도의 심각성은 말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그곳에 나를 버려둔 농부를 원망하느라 30년을 허비했다.


나는 나 스스로의 토양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빗물에 흩날려 뭉개지고 어느 날이면 길옆의 하수구로 서서히 흘러가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천변 산책로 옆의 흙무더기가 어느 날 홍수에 떠내려 갔다고 해서 마음자락을 쓸 일이 있겠는가.


나는 필사적으로 쓸모 있는 흙이 되고자 노력했다.

나라는 토양을 바꾸는 데는 엄청난 의지력이 소모되었다.

손발이 없는 흙더미가 스스로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중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중력을 가진 쓸모없는 흙무덤을 본 적이 있는가?

손발이 없는 당신이 중력을 가지지 못하고 각성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무덤이 되고야 말 것이다.

3번 정도의 세대가 지나고 나면 당신의 무덤이 빗물에 씻겨 떠내려가도 당신의 후손들은 조금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흙에는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해 내는 창조적 소임이 있다.

나는 나라는 토양을 바꾸고 뭔가를 생산해 내는 입장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흙더미 하나하나를 물로 씻고 불순한 물질들 즉 세포 하나하나 닦아내 흘려버리기를 시작했다.

시커멓게 썩어가던 더미는 그렇게 하나하나 닦아 나가다 보니 작고 누런 흙더미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흙을 고스란히 하나의 화분에 옮겨 담았다.


흙에는 힘이 있다.

씨앗을 품고 싹을 틔워내는 창조주의 힘이 길들어 있다.

나는 아주 작은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옆에 작은 구덩이 파고 또 다른 씨앗을 하나 더 심었다.

어쩐 일인지 흙은 점점 자신감도 불어나고 양질의 흙이 되어 비옥해졌다.

양도 늘어가는 것 같았다.


배양기는 토양마다 다르다.

좋은 토양에서 좋은 양분을 받고 햇볕과 물과 바람이 풍족한 상태에서는 달고 맛있는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반면 좋지 못한 토양은 시작부터가 난관이다.

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딱딱한 토양부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씨앗을 여러 개 심는다 해도 반절이상이 싹을 틔우지 못한다.

밤낮이 바뀌어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물대신 다른 것들이 뿌려지기도 한다.

같은 시간이 지나 한쪽의 밭은 예쁜 과일이나 수확물을 거두고 다시금 비옥한 토양의 면모를 드러낸다.

한쪽은 작물 반 잡초반으로 무성만 할 뿐 실속이 없다.

그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땅의 주인조차 그 땅을 멸시하고 못쓰는 땅으로 판단해 버린다.

종국에는 주차장으로 쓰거나 비료포대를 쌓아두는 땅으로 쓸 것이다.


우리의 신체와 마음은 습관의 토양이다.

탁월한 건 당신이 아니라 토양에 심은 습관이 맺은 과실이 얼마나 건강하고 풍성한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당신은 준비를 해야 한다.

무작정 씨를 심을 것이 아니다.

당신이라는 토양을 가꾸고 밭을 세밀하게 잘 갈아두어야 한다.

미리 잘 쉬고 한해 전부터 비료를 뿌려두어 언제라도 좋은 씨앗을 품을 수 있는 비옥 한 토양으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종자도 토양이 비옥하지 못하면 그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당신의 그 망 가득한 소망도 좋은 토양에 심지 못하면 그 배양기는 한없이 길어진다.

나는 토양을 가꾸는 방법에 대해 지독하리만큼 반복적으로 강조할 것이다.

그것은 지겨움을 넘어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라 해도 반복에 또 반복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반감이 들정도로 듣고 또 들어도 토양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토양 중 일부를 덜어 채반에 담고 깨끗한 개울물에 앉아 모래알 한톨 한톨을 씻어내야 한다.

이것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가족을 끊어내고 멀리하는 것

그게 무엇이든 수십 년간 만나온 친구를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

편리함을 위해 매번 이용하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것

술을 끊는 일

식단을 관리하고 탐욕을 버리고 단순하게 먹는 일

염증 수치를 높이는 음식을 멀리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

꾸준히 운동하고 관절과 근육을 신경 쓰는 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하는 것

사람을 가려서 만나고 누구라도 스승으로 만들고 누구라도 관계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

험담하지 않기 비난 비판 하지 않기

책을 미친 듯이 읽어야 하는 일

평생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는 일


이런 모든 일들은 씨앗을 심기 위해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당신이 심어야 할 씨앗은 소망과 염원이 담긴 당신의 목적이다.

당신의 그 작은 씨앗에 무엇을 적어 심어둘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가?


씨앗은 당신이라는 토양 안에서 꿈을 꾸고 싹을 틔우고 천천히 일어설 것이다.

누군가는 1,000억을 소망했을 것이다.

당신이 얼마를 원하든 당신의 씨앗은 당신의 토양과 타협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토양은 이 우주의 일원임으로 당연하게도 당신이 잠든 사이에 우주와 소통하며 교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씨앗의 배양기를 얼마나 오래가져 갈지 상의할 것이다.

좋은 토양은 당신이 자는 동안에도 우주와 소통한다.

당신이 할 일은 준비하고 실행하고 행동하고 염원하는 것이다.

당신은 건강해야 하고 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토양에게 더 많은 협상의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당신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느라 선 마운드의 땅도 토양이다.


누구보다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급할 것이 전혀 없다.

당신은 건강하게 100살까지 살 것이고 죽을 때까지 작게나마 창조적인 일을 할 것이다.

골방의 늙은이가 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일 죽는 그날까지 인생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안녕을 고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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