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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21. 2023

책은 가장 느린 교통수단이다.

우선 책은 교통수단이 아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책은 이고 지고 끌고 다닐 수는 있어도 위에 올라탄다고 별다른 물리력을 나에게 전달해 주지 않는다. 

흔히들 쓰는 다른 용도로는 냄비받침으로 쓰거나 컵라면이 익는 동안 4분 동안 덮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혹은 뭔가를 내려치는 둔기의 역할을 잠시나마 할지도 모른다. 


나는 책이 인간의 정신을 진일보시켜 주는 강력한 이동수단임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모든 위인들은 모두가 열렬한 독서 신봉자이자 작가이다. 

둘 다 아니면서 위인이 된 사람들은 후대의 사람들이 그의 기록을 수천 권 남기며 추종자의 대열에 합류하곤 했다. 

우리는 거인과 동행해야 한다. 그 말은 책에 올라타라는 이야기이다. 

거인은 천천히 움직인다. 


책은 글씨가 생기고 난 이후 모든 인류의 정신과 정신을 이어주는 교량의 역할을 했다. 

그 교량의 한 자락이라도 이어 선조의 가르침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면 당신은 지혜로워질 확률이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이것 보라 책은 교통수단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움직이기도 하고 교량의 역할도 하는데 어떻게 교통수단이 아니란 말인가. 

책은 수많은 사상과 물리학, 종교의 설파, 과학에 직접적인 추진력을 부여했고 인류를 달에 보낸 건 순전히 누군가의 위대한 의지에 더불어 책들 덕분이다. 

인간에게 지식을 주는 것도 책이고 지혜와 의지를 북돋아 주었던 것도 책이다. 

책은 한때 달로 쏘아진 로켓이었고 지금은 당신 인생의 로켓이다. 


벽에 걸려있던 TV를 팔아버렸다. 

구매자로부터 패널의 밝기가 어둡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유다의 자손답게 그것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그 시절 유다가 예수를 팔았을 때와 비슷한 금액을 치르고 벽에서 TV를 떼어갔다.

11만 원이 손에 쥐어졌다. 


그 자리에 책장을 놓을 생각이다. 

장식용 책이 아니라 정말 읽고 다시 또 읽을 책들만 놓아둘 생각이다. 

도둑이 집에 들어 금은보화는 훔쳐가도 책은 훔쳐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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