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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31. 2023

나의 편견

자폐아와 장애에 대한 이야기는 원래부터가 꺼내기 어려웠고 특히나 현 시기 상 굉장히 꺼내기 어려운 주제이다. 그럼에도 글로 남기는 것은 그 안에서 분명 유의미하게 남길 것이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생각이 든다 해도 속으로 삭이시라. 뭐 별 수 있겠는가. 


나는 웹툰 작가들과 작업을 함께 한 적이 몇 번 있다. 

유튜버를 섭외해서 브랜디드 영상을 찍고 하는 등의 일이다.

제품의 성향에 맞추어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를 제안하여 섭외하고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재미있는 일이다. 


작년 이맘때쯤인 듯하다. 주ㅇㅇ웹툰 작가를 섭외하여 클라이언트 측에 제안드린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ㅇㅇ왕이라는 별명이 있었으나 나는 그러한 세상의 놀림을 단지 운이 나빠 작가에게 씌워진 재미있는 놀림거리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내가 주ㅇㅇ작가를 파트너로 제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1,000만 영화의 만화 원작자

- 제품에 대한 홍보를 굉장히 디테일하고 성실하게 해주는 점

- ㅇㅇ왕이라는 별명은 미신과도 같은 것이니 이를 타파할 전환점을 만들어 보자는 것


대중의 인지도와 제품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좋았으며 이는 결과물로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ㅇㅇ왕이라는 편견도 어찌 되었건 '사실'이라며 결국은 검토 단계에서 고사를 했다. 나는 클라이언트와의 사석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특히 아들의 자폐에 관한 부분을 강조하며 참 성실하고 좋은 사람인데 대중의 편견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처지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까지 했다. 


- 당시에는 주ㅇㅇ 작가의 유튜브 구독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 노란색 ㅇㅇ쉐를 뽑았고 000억대 자산가였다. 

- 강도가 침입해 맨손으로 가족을 지켰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었다. 


뚜껑이 완전하게 열리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주ㅇㅇ작가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듯하다. 나 또한 좋아하는 사람을 하나 잃어버렸다. 물론 주ㅇㅇ작가는 나를 알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크게 아쉬운 건 나의 편견이었다. 


단지 자폐아의 부모라는 이유로 그를 응원했다. 

나의 짧은 식견과 편견이 부끄러웠다. 

누가 누굴 응원했는가. 

(나의 인식이 퇴보했듯 대중의 인식 또한 이번 계기로 크게 후퇴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은 자신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생업과 사명을 파괴하려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속한 집단을 황폐하게 만들고 자신은 도망가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아직까지 사과는 없으며 그는 단단한 자신의 신념을 유연하게 하는데 큰 대가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애아의 아버지는 선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너무나 어리석은 편견이었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제안을 받아들여 브랜디드 콜라보를 진행했었더라면? 나 또한 그 파장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이미 망한 이미지는 건드는 것이 아니라는 철저한 교훈을 새겼다. 

착잡하기 그지없다. 

주ㅇㅇ 작가의 이번 행태는 어떠한 형태로든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혼잣말하고 말았다. 


"한 인간이 그 정도 지옥을 품고 있어야 ㅇ과함께 정도 되는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거구나..."


내 편견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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