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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30. 2023

불타는 열정은 부정맥 같은 것이다.

열정을 잘못 알고 있었다. 

온몸에 힘을 주고 간절하게 치열하게 파이팅 하며 매일을 정열적으로 사는 태도를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알고 보니 열정은 불타는 재질이 아니었다. 


바쁜 것과 열정을 혼동하곤 했다. 

참 희한하게도 나는 나의 바쁨을 어딘가에 알리는 것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바쁘니까 짧게"라는 류의 통화나 의미전달에 뿌듯함을 느꼈다. 

바쁜 것은 유능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지금 돌이켜 보면 얼굴이 화끈 거린다. 

나는 바빠 보이는 나를 타인에게 투영함으로써 부지런함과 유능력함을 어필해 보이려는 낮은 수준의 사람이었다. 


이는 타인에게 자랑과 과시를 하려는 다양한 모든 것들 중의 한 카테고리이다. 

돈을 자랑하는 사람

지식을 뽐내는 사람

능력을 드러내고 추종을 바라는 사람

언변으로 타인을 조종하려는 사람


열정이 바쁘다는 공식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못 배운 것들 중 하나이다. 

나의 열정, 바쁨을 통해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구걸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지독한 결핍이 존재한다. 

이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심리적 형태에서 기인한다.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심보에서 그릇된 연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열정을 혼동하고 쓸데없이 바쁘고 바쁨을 과시하고 타인의 관심을 바라는 연계는 인생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이것들은 각기 다른 듯하면서 교묘하게 한 덩어리를 이루는 것들이다. 


전혀 바쁠 것이 없다. 

천천히 순리대로 진행해도 된다.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재미있게 한 일을 내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저녁에 해두는 것이 열정이다.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버리고 새벽이 되어 뻗어버리는 열정은 쉽게 사그라든다. 

절실함은 영원할 듯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베토벤은 미친 듯이 악상이 떠오르고 피아노 앞을 떠나기 싫을 정도로 작곡에 몰두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과 열망이 폭발하듯 떠오르면 그러한 느낌을 지우려고 모든 것을 두고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두세 달에 한번 조울증의 바다 한가운데 갑자기 황금의 섬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지는 않는가?

세상을 씹어 먹어 버릴 기세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불현듯 생기지는 않았는가. 

단기적 열망은 열정으로 인해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이 불러온 비정기적 부정맥 같은 것이다. 

이에 속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열정은 파란색이다. 열정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상시 상온보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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