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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31. 2023

심연의 위험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우월감을 느끼기 쉬운 행위이다. 

이는 비교하지 않아야 할 부분의 비교를 통해 어떻게든 우위를 점하고픈 심리의 기저에서 출발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인간을 심연에 다가가게 한다. 

심연으로의 접근은 그곳을 돌파하거나 빠져 죽을 인간을 결정할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위대한 전진을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는 위험이다. 


주변에 지옥이 펼쳐져 있다면 향후의 본인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가장 큰 지옥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이다. 

심연은 반드시 우리가 된다. 


필연적으로 허무해지고 냉소주의자가 된다. 

책을 읽으며 지혜를 깨우치는 것은 갈림길로 나를 몰아내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좌우의 선택만을 해야 한다. 

길 한 편의 구덩이나 하늘로 향하는 허상의 길로 눈길을 주어서는 안 된다. 

구덩이와 허상의 길은 세상 모든 것이 다 쓸모없다는 허무주의의 검은 입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길에 버려진 편자에 한순간 눈이 멀어 성직자가 되거나 구도자가 되어 인생을 내다 버리는 일에 힘쓴다면 결코 생산적인 일에 가담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더하는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것을 본인의 행복과 만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위하고 포장하는 일에 급급해하고 속으로 분노하며 살 것이다. 

분노하는 것에는 타인에 대한 분노보다 그것을 알아차린 타인, 즉 그를 거울로 삼아 비친 본인의 내면을 들킨 것에 대한 치졸한 조바심이 불을 지폈기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심연 속의 구렁텅이는 깊고 깊어 정신의 어느 한 자락이라도 발을 헛디디게 되면 빠져나오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신념이 아집으로 변하는 것은 그 구렁텅이에 자신이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삶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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