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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ug 17. 2023

24.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습관 버리기

나는 가끔 운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버릇이 있었다.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습관이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결정을 내리고는 그 결정에 맞는 해석을 끼워 맞추는 형태이다. 이런 선택은 가끔씩 요행이 되어 이익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종국에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사실을 늘 망각하곤 했다. 


주식 투자도 그래서 망했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그래서 별다른 재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실컷 공부해 두고 막상 결정적으로 돈을 밀어 넣을 때는 미신과도 같은 '감'에 의존하는 것이다. 

코인과 비상장 주식에도 얼마간의 부적 같은 돈이 박혀있으나 시류에 떠내려 가도 나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 같다. 


그러한 행태가 최악의 결론을 낸 사건이 하나 있다. 

쌀국숫집을 운영하던 당시 별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광고가 나오는 찜닭에 꽂혀 쌀국숫집을 뒤엎고 프랜차이즈 찜닭 브랜드에 가맹신청을 하게 되었다. 업종전환을 무식하게 한 것이다. 상담을 받아보거나 데이터를 입수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 없이 무작정 감에 의존해 일을 벌인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큰 교훈을 얻고 1년을 정도를 채우고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 본사와의 위약금 분쟁부터 내용증명이 오가는 등의 고초를 겪고 난 후에야 서로 폐업에 합의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나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인해 수천만 원의 돈과 건강을 잃었다. 

그간 가정의 불화가 심화된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컸다. 

초반에는 반짝 돈을 버는가 싶었지만 일이 너무나 고된 탓에 안마의자를 구입하고 병원을 다니느라 돈을 쓴 기억 밖에는 나지 않는다. 휴일도 없이 일하고 가정은 망가지고 건강은 잃어버리는 기가 막힌 경험을 스스로 창출해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요행을 바라는 나의 기묘한 습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러한 습관의 저변에는 '어차피 내 맘대로 안 되는 인생 될 대로 되라지.'라는 못난 심보가 가득 깔려있었다. 

나는 그만큼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늘 부정적인 말을 일삼았고 나는 잘 안될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이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었다. 

그러니 나의 잠재의식은 시도하는 일마다 핑계를 만들어 두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미리 만들어두고 시작하는 일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나는 근원적인 실패자였다. 

부정론자였으며 가난의 DNA를 뼛속 깊이 각인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아파야 교훈을 얻는다. 

건강을 잃고 제대로 인생의 시그널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이제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열정이나 순간적인 감정을 앞세워 덤비는 습관을 버린 것이다. 

오히려 너무 느린 건 아닌가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정도로 천천히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 번에 하나씩 말이다. 

가끔은 집에서 책만 읽고 글만 쓰느라 백수가 되어버리는 꼴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변명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핑계가 아니길 나 스스로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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