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음날 Aug 24. 2023

34. 인생은 밥통 같아.

밥통은 단순한 물건이다. 

전기를 열에너지로 바꾸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량의 열을 전달해 쌀을 밥으로 만든다. 각 센서들이 이곳저곳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지만 밥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기계적 의지에 부합하는 곁가지들일뿐이다. 초창기 개발된 밥통은 스위치가 하나였던 것으로 안다. 소위 밥만을 만든 것이다.


요즘 밥통은 시대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결과물들을 도출해 낸다. 잡곡부터 약밥, 죽도 만들 수 있으며 모바일로 쌀을 씻고 안치고 밥을 지어주는 시스템도 이미 오래전에 개발이 되어있다. 심지어 고구마를 찌거나 라면이나 삼계탕도 끓일 수 있다. 


"취사가 끝났습니다."


명쾌한 목소리에 이끌려 밥통 안의 밥을 뒤적이며 문득 든 생각이다. 


'밥통이 참 우리네 인생과 맥락이 비슷하구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밥통이 밥을 짓기 위해서는 열을 가하기 전의 원재료인 '쌀'을 넣어줘야 한다. 전기와 물을 공급받아 열을 가하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나면 결과물인 '밥'을 내놓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허투루 얻어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뭔가를 구해야 하고 자원과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 타이머가 있다면 참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에는 타이머 기능이 없다. 모차르트는 8살 때 밥이 다 지어졌고 괴테는 80세에 밥이 다 지어졌다.


그러면 고개를 가로 휘휘 저어서 생각의 폭을 넓혀 보자. 


밥통은 어떻게 생겼는가?

쌀의 상태는 어떠한가?

물은 어디서 샘솟은 물인가?

전기료는 얼마인가?

그리고 누가 이 밥통의 버튼을 눌렀는가?


우리 인생 같은 밥통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그것은 바로 '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손가락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게 생각한 바를 충분히 말했다. 당신은 손가락을 들어 꾹 누르는 '행동'을 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당신이 결과물을 늦게 만들어낸다고 낙담하기 전에 삶을 돌이켜 보자. 


- 당신은 쌀을 구했는가? (사명을 찾았는가?)

- 쌀, 물, 전기에 대한 대가를 치렀는가?

- 충분히 기다렸는가? (대가를 치를 만큼 치르고 시간이라는 뜸을 들였는가?)

- '취사' 버튼을 누른 게 확실한가?


어느 곳 한 군데라도 당신이 소홀히 했거나 빼먹은 구간이 있다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자. 낙심하지 말고 명랑하게 돌아가면 된다. 그리고 다시 밥을 지어낼 것을 당신의 인생에게 '요구'하면 된다. 단지 그것뿐이다. 

당신은 딱 한 번만 밥을 지을 수 있는 밥통이 절대 아니다. 


누르고 또 눌러라. 




매거진의 이전글 33. 가정하여 분노하는 습관 버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