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명으로 물든 카페였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나는 소파에 앉자마자 말했다. “정말 그만두는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너한텐 좀 미안하네.” 울 것 같기도, 안도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우리는 카페를 나섰고, 길을 걸었다. “아쉬워요.” 내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나는 빌딩 사이로 들어갔고, 그녀는 빌딩 숲을 빠져나갔다. 뒤를 돌아 뒷모습을 보았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 그녀는 회색빛으로 물든 거리를 빠져나갔다.
작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올해는 카페에서 알 수 없는 표정을 마주한 일이 있었다. 일터를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많이 보았던 계절과 한 해. 누군가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여서 빤히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한편으로 그녀가 부러웠다. 그만둔다는 건 늘 패배자가 되는 거라 느꼈다. 그 마음이 항상 나를 옥죈다는 걸 몰랐다.
나 또한 그녀의 모습이 된 적이 있었다. 뒷모습을 떠올리며, 떠나던 마음을 그려본다.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수채화 같은 마음이었다. 눈물 몇 방울에 번져가던 모습들. 지워질 듯 지워지지 않는 말들과 얼굴들이 있었다. 붙잡을 수 없는 마음이 둥둥 떠다녔다. 고생했다, 잘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막연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사실은 떠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가는 모습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보는 방향만이 시작점은 아닐 테니까.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일찍이 알았더라면 아쉽다는 말 대신, 힘차게 팍팍 응원해 주었을 텐데.
오랜만에 받은 답장에서, 어디서든 잘 살면 된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 맞아. 어디서든 잘 살면 되지. 그 말을 곱씹었다. 말의 단단함이, 상대의 단단한 믿음이 든든하게 다가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짐하듯 내뱉어 본다. 어디서든, 나답게, 오늘도,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