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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May 19. 2023

남미 대륙 입성, 미지의 여정 시작

나 홀로 남미여행 - 1일 차

오늘 하루는 꽤 길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애틀랜타로, 애틀랜타에서 리마까지, 약 14시간의 여정 끝에 리마 호르헤 차베즈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은 아침 6시. 나에게는 아직 미지의 세계 남미에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혼자 여행인 만큼 내 나름 만전의 준비를 다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12월부터 매일 페루 시위 상황을 체크하고, 블로그를 보면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물론 뭘 먹을지도 대충 정해놨다. 식사는 나에게 여행뿐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꽤 당황했다. 날이 무척 더웠기 때문이다. 기모가 있는 스웻팬츠에 내 몸만 한 배낭을 멘 나는 곧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 아침 7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리마 공항을 좀 돌아다니다 내 눈앞에 딱 들어온 곳이 있었으니, 바로 스타벅스였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를 외쳤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딜 가나 똑같은 맛을 낸다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오늘 하루 일정을 확인했다.


공항에서 리마의 신시가지인 미라플로레스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공항 밖으로 첫 발을 내딛자마자 ‘택시, 택시?’ 하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 유튜브로 많이 예습한 풍경이었기에 당황하진 않았다. 나는 귀를 닫고 버스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택시기사님들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멀리 돌아간다는 식으로 말했다. 나는 분명히 버스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하차 장소도 알고 있었지만 택시기사님의 적극적 구애에 못 이기고 60 솔에 나의 지친 몸을 맡겼다.


그렇게 공항을 벗어났다. 그리고 리마의 길거리에 나오자 드디어 남미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꽉 찬 버스, 길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아저씨,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 여기도 사람 사는 데는구나.


내가 만난 택시아저씨는 다행히 너무나 친절하셨다. 미라플로레스 사랑의 공원에 도착한 나는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리려 했는데 아저씨도 갑자기 주차를 하시더니 차에서 내리셨다. 그러고는 사랑의 공원 동상 앞에 나를 세우고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마도 아저씨는 나에게 돈을 조금 더 받으면서 페루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싶어 하신 거 같다. 내가 와이파이가 없다 하니 핫스팟도 틀어주셨다. 하지만 나는 유심을 사러 가야 한다고 하고 첫 동행을 마무리지었다. 다소 시무룩하신 표정이었지만 아저씨는 60 솔을 받고 떠나셨다. 아저씨와의 만남은 빠니보틀 영상으로 단련된 택시 아저씨에 대한 경계심을 해제시키기 충분했다.


사랑의 공원 - 날씨가 많이 흐리고 더웠다

캡처해 둔 지도를 보며 유심을 파는 매장까지 걸어갔다. Claro에서 다들 사길래 나는 공원에서 십오 분 정도 거리의 지점까지 왔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아서 문은 열지 않았는데 날이 무척 더웠다. 옆 건물 스타벅스가 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나는 두 시간 만에 다시 스벅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아아를 먹을 순 없었다. 나는 페루에서만 파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었다. 종업원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금방 대충 눈치를 채더니 메뉴 하나를 짚었다. 나는 스페인어로 쓰여있는 메뉴를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그걸로 달라고 했다. 한입 맛보자마자 이건 그 어느 스타벅스에서도 맛보지 못한 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곶감맛이었다. 먹다 보니 맛있었다.

태어나서 처음먹어본 스벅의 맛



유심 구입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행객들이 많이 있는지, 매장에 들어가면 대충 내 상황을 파악하시고 바로 일을 처리해 주신다. 사람이 많이 없어 이십 분도 걸리지 않아 페루 유심을 획득했다. 하나의 큰 숙제를 처리한 느낌이자 엄청난 아이템을 획득한 기분이었다.

 

근처 들를만한 곳으로 알아보았던 잉카마켓에 들렀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시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작았다. 사람도 많이 없는 이곳에 내가 지나가니 좌우에서 한분도 빠짐없이 나를 붙잡고 물건을 보고 가라고 한다. 거절 못하는 i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장소였다. 모든 가게에서 자기네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하니, 한 사람 빼고는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판초와 페루 기념품들이 소비 욕구를 잠시 자극했지만 배낭하나 메고 온 내가 짐까지 들고 하루종일 돌아다닐 여력은 없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시간이 꽤 남아 더위를 피할 피난처로 맥도날드를 선택했다. 이곳에서 내가 페루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던 잉카콜라를 처음 맛보았다. 코카콜라는 이긴 이 노란색 콜라는 도대체 뭘까 하면서 한입 마셨다. 분명히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노란색의 액체가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머릿속에 상기시키는데 그건 아니다. 달달한 불량식품 맛이라고 해야 할까. 풍선껌향도 나고... 내 스타일이다.  

코카콜라를 이겨버린 잉카콜라


페루에서의 첫 끼로 내가 선택한 식당은 ‘Al Toke Pez’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넷플릭스에서도 소개가 되었다고 하는데 25 솔(약 8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페루의 음식인 ‘세비체', ‘치차론', 그리고 해물 볶음밥까지 맛볼 수 있었다. 20분 정도 걸어 식당 앞에 도착하니 대기 줄이 있었다. 내부는 좌석이 얼마 없고 다소 허름했다. 세비체는 페루의 대표적인 요리로 쉽게 말해 회를 무쳐서 만든 샐러드이다. 치차론은 원래 돼지나 닭을 튀긴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식당에서는 오징어 튀김이 나왔다. 세비체는 고수의 향이 났고, 치차론은 먹어본 맛의 고소한 튀김 맛이었다. 볶음밥도 맛있었다. 부담 없이 페루스러운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만족한 첫 끼


배를 채운뒤 나는 구시가지로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곧 리마의 메인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다. 시위 때문에 그런지 곳곳에 경찰 많았다. 광장은 대통령 궁, 대성당과 같은 오래된 건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광장과 그 주변을 천천히 거닐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계속 걸었다. 혼자 다니니 사진을 셀카밖에 찍지 못하는 게 살짝 아쉬웠다. 물론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하면 되지만 아직까지는 경계심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핸드폰을 내 손에서 떼어놓지 못했다.


아르마스 광장


사실 리마는 아르마스광장과 그 주변 둘러보는 정도로 계획을 했기에 내가 이제 딱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페루에 오기 전 과제를 미리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는데 비행기에서도 밤을 새워서 너무 피곤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후덥지근한 리마를 거니는데 저 앞에 스타벅스가 보인다. 오늘만 세 번째, 스타벅스에서 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어느덧 시간이 거의 오후 5시였고 나는 공항으로  향했다. 가기 전, 아르마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던 산마르틴 광장에 마지막으로 들렀다. 이곳도 경찰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우버를 불렀다. 마침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곧 우버가 도착했다. 아침에 갔던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8시 쿠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쿠스코는 리마에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내가 3일간 지내기로 한 한인민박 꼼마에서 공항으로 픽업이 왔다. 나는 싱글룸을 예약했는데 방은 넓고 쾌적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좀 쉬면서 쿠스코를 구경해보고자 한다.


나는 철저한 계획형이다. 전날 밤, 다음날 하루종일 해야 할 일을 플래너를 적는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계획을 항상 지키는 것은 아니다. 때론 몸이 내 계획을 따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도 나는 내가 무엇을 할지 구상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이번 여행도 혼자인만큼 꽤 오랜기간 준비했다. 계획대로 모든게 이뤄지는 걸 바라진 않지만 안전 조심하면서 즐거운 여행하고싶다.


다음 한 주간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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