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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Feb 09. 2024

8. 서울 3대 고깃집 도장 깨기 2탄

서울 남영동의 [남영돈]

  작년 10월에 서울 3대 고깃집 중 하나라고 불리는 몽탄에 다녀온 후로 다른 서울 최고 고깃집들의 맛은 어떨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 1월, 식구들과 함께 남영동의 ‘남영돈’에 도전하러 갔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5시에 방문했을 땐 이미 웨이팅 마감으로 대기조차 해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음날 11시 반, 우리는 두 번째 시도를 했다. 두 시간 남짓의 웨이팅 끝에 마침내 남영돈에 입성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나오는 개인 앞접시이다. 쌈장, 소금, 와사비, 그리고 젓갈 두 종류가 올라가 있다. 젓갈이 생각보다 짜지 않고 괜찮았는데 반찬들을 여기서 직접 다 만드신다고 하셨다. 김치를 비롯한 나머지 밑반찬들도 모두 좋았다. 역시 맛있는 밑반찬은 잘되는 고깃집의 필수 덕목인 것 같다.

김치찌개

  기본으로 나오는 김치찌개. 고기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진하고 맛있었다. 추가금은 5000원이다. 나중에 gs25 편의점에 남영돈 김치찌개를 팔길래 먹어봤는데 여기서 먹은 그 맛이 비슷하게 나서 신기했다.

계란찜 (7000원)

  고깃집에서 계란찜이 빠지면 섭섭해하는 사람으로서 사이드 메뉴로 하나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었지만 7000원이라는 고가의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는 다소 평범한 맛이었다.

  이 집에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저렇게 숯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는 것이었다. 사이드 부분이 아니라 숯불이 불판에 닿아 판을 직접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에도 숯불향이 더욱 진하게 날 수 있는 것 같았다.  

  고대하던 남영돈의 돼지고기를 경험할 차례가 왔다.


고기 종류는  

- 육즙 가득 삼겹살 (19000)

- 탱글탱글 목살 (19000)

- 쫀득쫀득 가브리살 (21000)

- 아삭아삭 항정살 (23000)

이렇게 네 가지.


 우리는 우선 모든 종류를 하나씩 시켰다. 직원분께서 삼겹살과 목살부터 노릇노릇하게 구워주셨다. 불이 강해서 가브리살과 항정살까지 금세 다 구워졌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 고기를 한 점 씹는 순간 촉촉한 육즙이 입안 가득 터져 나왔다. 쫀득한 식감과 그윽한 육향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소금을 찍어먹기도 하고 양파 절임이나 조개젓갈과도 함께 한점 한 점을 소중하게 음미하며 먹었다. 저절로 나오는 만족의 고개 끄덕임. 직원분께서 젓갈을 비롯해 부족한 반찬을 센스 있게 리필해 주신다.

  목살을 제외하고 나머지 메뉴를 각각 하나씩 추가로 주문했다. 밝은 핑크빛의 색깔에서 좋은 퀄리티 고기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내 최애를 뽑자면 가브리살. 사실 가브리살은 이전에 경험이 많이 없어서 비교대상이 부족했지만 쫄깃함과 육즙이 다른 고기들과 비교해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목살과 등심 사이의 부위로 돼지 한 마리당 200에서 45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라는… (방금 나무위키를 통해 배웠다.)

  후식으로 냉쫄면을 먹었다. 면발이 굉장히 쫄깃하고 남은 고기랑 같이 먹기도 좋은 조합이었다. 잔치국수도 하나 시켰는데, 정말 계란이 아낌없이 풀어져있는 잔치국수였다. 둘 다 맛있었다.

  동네이름을 건 상호에서부터 느껴지는 남영돈의 자부심! 남영돈 고기 맛의 일등공신라고도 할 수 있는 질 좋은 숯은 식당 바로 밖에서 저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점심부터 돼지고기로 몸에 기름을 수혈하고 나오니 기분이 한층 업 되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나 각종 매체에도 자주 소개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는 이유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정말 솔직해지자면, 엄청난 감동까지는 못 느꼈다. 아직 내가 내공이 부족하기도 하고 많은 식당들이 상향평준화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최상위급 퀄리티와 맛의 고기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서울 3대 고깃집 ‘남영돈’이었다.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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