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남동 [니시무라멘]
홍대에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반가움의 인사를 20초 정도 나눈 뒤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라멘.
이 동네에는 유명한 라멘 맛집들이 많이 모여있다. 아직 안 가본 곳이 한가득이지만 이 날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니시무라멘’!
후쿠오카에서 퓨전부문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니시무라 셰프의 니시무라멘은 휴가 나오면 꼭 가봐야지 하고 저장해 둔 곳이었다. 프렌치 요리를 메인으로 하는 셰프님의 라멘집에서는 과연 무슨 맛을 느낄 수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토요일 12시 정도에 갔는데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았다.
셋 다 깔끔하게 메뉴 통일. 교카이파이탄으로 주문했다. 교카이가 해산물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어서 어패류 베이스의 육수인가 싶었는데
하루 푹 끓인 닭뼈 육수에 김으로 만든 오일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라멘 (얇은 스트레이트면)
이라고 메뉴설명이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초록빛깔 라멘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앙증맞게 꽂혀있는 저 빵 한 조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주얼부터 굉장히 ‘퓨전’스러운 느낌이다.
오일을 섞지 않고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면 그냥 진한 닭육수 맛인데, 섞어서 먹으면 감칠맛이 올라온다.
면은 얇지만 쫄깃했다. 제면기로 매일 면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차슈는 평범한 편이었다.
맛있는데 먹다 보면 왠지 모르게 느끼함이 살짝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때 청양오일을 조금 추가하면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
라면을 다 먹었을 즈음, 갓 지은 따끈따끈한 솥밥을 가져와서 보여주신다. 그리고 다시 가져가서 그릇에 담아주신다.
치즈 듬뿍에 라멘 국물 몇 스푼 적당히 올린 뒤 밥과 마구 섞었다.
내가 만든 리조또 완성. 국물과 치즈로 만들어진 즉석 리조또가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은근히 맛있었다. 치즈밥 같은 느낌이다.
수제 백김치와도 잘 어울렸다. 김치는 짭짤한데 살짝 가쓰오부시 향 같은 게 났다.
라멘에 리조또.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이 만남은 생각보다 조화로웠다. 아주 재미있는 한 끼 식사였다.
생각해 보니 식당 구조도 참신했는데 긴 직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는 형태였다. 시오라멘 먹으러 다시 와야지. 기회가 된다면 후쿠오카에 있는 본점에도 가보고 싶다. 참고로 셰프님도 연남동 식당에 계신다!
평점: 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