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 [목란]
동생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가족식사를 하러 이연복 셰프님의 중식당 '목란'에 다녀왔다. 중화요리의 대가 중 한 분으로 방송에도 워낙 많이 출연하셔서 예전부터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예약이 굉장히 어렵다고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조금 수월해진 모양이다. 금요일 오후 5시, 연희동 도착. 주택을 개조한 형태로 되어있는 목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날 우리 가족은 C코스에 추가로 동파육, 멘보샤, 그리고 탕수육을 먹었다. C코스에는 이품냉채, 팔보채, 유린기, 칠리새우, 삼선누룽지가 포함되어 있고 짜장/짬뽕으로 마무리된다. 동파육과 멘보샤는 예약 시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
목란의 시그니쳐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동파육이 가장 먼저 나왔다. 고기가 꽤 두툼했고 삼겹살이 이렇게 부드럽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너무 짜지도 않고 간이 적당히 잘 배어있었다. 청경채를 곁들여 먹으니까 더 좋았다.
나는 아주 맛있었는데 비계 부분이 크고 기름기가 많아서 호불호가 확실히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비계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셨다. 동파육 소자는 7피스가 나오기 때문에 맛있게 먹은 나머지 세 명이 싸우지 않고 하나씩 더 먹을 수 있었다.
곧이어 멘보샤 8피스가 나왔다. 금방 튀겨져 나와 아주 따끈따끈했던 멘보샤. 튀겨진 빵의 바삭함과 새우살의 탱글함이 너무 잘 어우러졌다. 맛있었다! 인당 두 개씩 먹으니 느끼하지도 않고 딱 알맞게 먹은 기분이었다.
이제 C코스의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품 냉채는 냉채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육 같은 고기와 계란이 나온다. 쫄깃한 식감이 나쁘진 않아서 그냥 ‘아 이런 음식이구나’하고 넘어갔다. 팔보채와 유린기는 딱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맛. 무난하게 맛있지만 크게 임팩트 있지는 않았다.
칠리새우도 특별할 건 없었지만 새우가 크고 통통해서 맛있게 먹었다. 삼선 누룽지는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 국물이 진해서 살짝 삼계탕 느낌도 나는데 뜨끈하니 좋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중국집에서 탕수육 맛은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며 추가로 주문한 탕수육이 나왔다. 소스는 부먹으로 나오는데도 바삭함이 살아있었다. 새콤달콤한 소스 맛이 내 취향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동네단골 중국집 탕수육과 맛이 비슷했던 것 같다.
짜장면으로 마무리. 짬뽕이나 짜장면 중 택 1 할 수 있다. 양은 딱 크게 두 세 젓가락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짬뽕 국물도 맛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짜장면을 다 먹고 후식으로 나오는 리치까지 먹으면 진짜 끝! 이연복 셰프님이 안 계셔서 좀 아쉬웠는데 나오는 길에 아드님을 만나서 뭔가 반가웠다.
총평을 하자면 코스로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음식도 대체로 다 맛있었다. 내 최애를 뽑자면 멘보샤! 새우가 꽉 차있고 진짜 바삭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식당이 넓은 편은 아니라 룸이 아니면 간격이 옆 테이블과 넓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 텀이 많이 짧다는 점 정도인 것 같다. 코스가 엄청 빠르게 나와서 한 시간이면 끝이 난다.
이제는 워낙 맛있는 음식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엄청 특별하게 느껴진 요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동생 졸업을 맞아 온 식구가 함께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