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Giordano’s]와 [Lou Malnati’s]
미국에는 4대 피자가 있다. 뉴욕,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그중에서도 두께가 두껍고 속이 토핑으로 꽉 차있는 이미지의 시카고 피자는 한국에서도 꽤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깊고 움푹하게 파인 그릇에 굽는다고 해서 가지게 된 ‘딥디쉬 피자’라는 별명. 시카고는 과거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청교도 박해를 피해 이주한 곳인데, 파이를 즐기는 영국의 식문화에 영향을 받아 이와 유사한 피자가 발전했다고 한다.
미국 유학 중 시카고 여행을 다녀오며 딥디쉬 피자의 고장, 시카고에서 그 원조를 먹어볼 수 있었다. 3대 시카고 피자로 뽑히는 곳 중 두 군데를 방문해 보았다.
1. Giordano’s 지오다노스
시카고에서 가장 처음으로 들어간 식당. ‘시카고’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내뿜고 있는 공간이었다.
여러 종류의 피자가 있었는데, 첫 경험이니만큼 가장 오리지널의 시카고 피자를 맛보고 싶어 ‘시카고 클래식’을 골랐다.
주문과 동시에 두꺼운 딥디쉬 피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4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나온 ‘지오다노스 샘플러’를 먹었다. 치즈스틱과 치킨 몇 조각. 짭짤하고 기름진 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미국 스러운 맛 그 자체였다.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시카고 피자를 영접했다. 여섯 조각이 나오는 스몰 사이즈인데도 꽤나 크다. 손으로 들고 먹기는 어렵다고 보면 될 정도였다. 토마토소스가 맨 위에 이불처럼 덮여있고 치즈와 토핑이 그 아래 숨어 있었다. 크러스트는 파이 같은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퍽퍽하다고 느꼈다.
유쾌한 우리 테이블 담당 서버분께서 늘어나는 치즈를 카메라에 잘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리고 피자와 함께 가족사진도 찍어주셨다. 모두 팁에 포함되는 미국 자본주의의 맛이라지만 그래도 좋았다.
고기와 피망, 그리고 치즈가 토마토소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치즈가 폭탄처럼 터질 듯 가득하고 피자 전체적으로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풍부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피자가 정말로 컸다. 나는 두 조각을 가까스로 클리어하긴 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모두 한 조각 먹고 기권을 선언하셨다. 크기도 크기지만 아무래도 피자가 한계 효용이 빠르게 체감되는 음식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기대 가득했던 시카고 피자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항상 궁금했던 본토의 맛을 드디어 접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 Lou Malnati’s 루말나티스
이곳은 지오다노스와 마찬가지로 시카고 전역에 여럿 있는 대표적인 시카고 피자 체인 중 하나다.
내가 방문한 지점은 사람이 많고 분위기도 펍처럼 북적북적했다. 여기서도 가장 대표적인 시카고 피자를 만나보기 위해 ‘말나티‘ 피자를 선택했다.
딥디쉬 팬에 피자가 담겨 나온다. 이번에는 배고파서 허겁지겁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피자를 한 조각 집었다. 지오다노스에 비해 고기맛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고 잘 씹힌다. 배고파서 그렇게 느껴진 건진 모르겠지만 육즙과 크러스트는 이 집이 살짝 더 우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피자. ‘토마토도 채소인걸’하고 합리화하기엔 너무 양심이 없는 거겠지? 샐러드라도 함께 시켜 곁들여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번외 편 : 세인트루이스식 피자 Imo’s pizza
사실 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는 세인트루이스 피자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피자 체인으로 유명한 Imo’s pizza. 얇은 도우에 프로벨 치즈가 사용되고 오레가노를 첨가하는 게 세인트루이스 피자의 특징이라고 한다. 동그란 피자를 부채꼴 모양이 아닌 사각형으로 자르는 것도 특이했다.
시카고 피자처럼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피자는 아니었는데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맛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시카고의 상징이자 명물인 딥디쉬 피자!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따라 피자의 형태도 파생되어 변화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미국에 비해 좁디좁은 한국에서도 강원도와 전라도 김치가 다른데, 어쩌면 당연한 거 같다.
어쨌거나, 시카고에 방문한다면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의 맛을 꼭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