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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May 20. 2024

14. 성심당 안에 대전 있다.

대전의 자랑 [성심당]에서 망고시루 성공기

대전빵역시. 성심광역시. 대전 시민의 자부심. 대전의 아이덴티티.  대전 그 자체.


성심당이 대전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력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일 년에 단 하루 성심당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 ‘대전이 멈춘 날’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학창 시절 서울 친구들에게 대전촌놈이라 불리는 수모를 겪을 때도 모두 성심당은 리스펙 하곤 했다. 막상 나에게 성심당은 그저 유명한 동네빵집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생각해 보니 집 앞에 성심당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싶다.

성심당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맛있는 빵도 물론 있겠지만, 60년 넘게 불우이웃에게 빵을 기부해 온 착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 ‘라는 가톨릭 이념으로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


이 글은 최근 인기가 뜨거운 망고시루 웨이팅에 성공해 굉장히 뿌듯한 어느 대전토박이의 성심당 예찬기라고 할 수 있다. 망고시루와 함께 성심당에서의 내 최애 선택지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망고시루

망고시루 43000원

내가 자주 가는 성심당 DCC점에서는 매 시간대 20명 남짓 구매할 수 있는 망고시루. 오전 9시에 나오는 케익을 40분 넘는 기다림 끝에 얻어냈다. 호텔 망고빙수가 10만 원이 넘는 이 어마무시한 시대에 4만 원으로 망고케익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씰을 떼지 않은 채 숟가락으로 망고와 생크림을 떠먹었다. 달달한 생망고와 촉촉한 케이크가 너무 잘 어울렸다.


2. 명란 바게트

명란바게트 3800원

바게트 사이에 명란젓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짭조름을 증폭시켜 주는 김가루가 솔솔. 명란의 감칠맛과 아주 살짝 올라오는 매콤함의 조화가 너무 좋다. 맥주 안주로 함께해도 환상적일 것 같은 빵이다.


3. 김치찹쌀주먹밥

김치찹쌀주먹밥 2300원

빵은 아니지만 내 최애라고 할 수 있는 이 주먹밥. 올 때마다 무조건 가장 먼저 트레이에 담기는 녀석이다. 겉에 튀김가루가 묻어있어 쫀득하면서 바삭하다. 대구에서 온 내 친구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먹자마자 인정의 끄덕임을 보여주었다. 조금 더 컸으면 느끼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크기도 딱 적당한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k-아란치니 아닐까.


4. 전설의 팥빙수

전설의 팥빙수 6000원

단돈 6000원으로 살 수 있는 행복. 성심당 DCC점에 가면 2층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딸기 반 팥 반, 그리고 그 위에 찹쌀떡 세 조각과 생크림. 전설의 팥빙수는 옛날 빙수 스타일의 얼음빙수다. 그래서 눈꽃빙수처럼 조심스레 떠먹을 필요 없이 시원시원하게 섞어주어야 한다. 차가운 얼음이 바삭하게 씹히면서 전체적으로는 너무 달지 않아 좋다.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성심당 메뉴를 나열해 보았다. 물론 이밖에도 카카오순정, 명란토스트, 튀김소보로, 야끼소바빵 등 리스트는 끝도 없지만 여기서 글을 줄이겠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이런 말을 했다지:


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다 견딜 수 있다.


언제나 대전에 있어주어서 고맙다,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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