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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Jul 10. 2023

간절함 가득했던 마추픽추 당일치기

나 홀로 남미여행 - 3일 차

  오늘은 빅데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 마추픽추에 가는 날이다. 새벽 3시 45분, 파비앙 여행사에서 보낸 밴이 꼼마 숙소 앞으로 왔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긴장상태여서 그런지 정신은 완전히 깨어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밴을 타고 한시간 넘게가면 오얀따이땀보 기차역에 도착한다.

밴을 타고 도착한 오얀따이땀보

 이제 여기서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까지 약 1시간 반정도 간다. 기차는 잉카레일 아니면 페루레일을 타는데 비싼 기차표가 마추픽추 투어를 비싸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나는 6시 40분에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중간에 기차 복도를 누비며 펼쳐지는 전통공연과 창문 밖 풍경을 감상하며 오니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역이다.

운이 좋아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역에서 내리면 파비앙 여행사의 가이드가 나를 찾고 있다. 가이드님과 오늘 함께 투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같이 투어하는 사람 중 하나는 네덜란드에서 왔는데 인스타 팔로워를 꽤 보유하고 있는 식도락가였다. 남미를 돌며 미식을 즐기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중국에서 비즈니스겸 오신 분, 캐나다에서 온 커플 등.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어 몰랐는데 나중에 한국분도 한 분 계시다는 걸 알게되었다. 보통 한국분들이 한 팀에 꽤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가는 날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입구까지 올라간다. 약 15분정도 험난하고 가파른 길을 오른다. 버스 티켓까지 파비앙에서 예매해준다. 여기까지 왔을 때, 나는 조금 불안했다. 사실, 조금 많이걱정했다. 날씨가 너무 흐렸기 때문이다. 근데 버스가 출발할때 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추픽추 올라가기전. 아구아스깔리엔떼스에서 버스를 탄다.

  

버스는 엄청나게 험난한 길을 곡예하듯 올라갔고 10분정도 후, 우리는 마추픽추 입구에 와있었다.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구름에 가려 마추픽추의 장관을 보지 못하면 너무나도 슬플거 같았다. 하늘이 파란 구름한점없는 날에 마추픽추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더니… 가이드는 마추픽추의 날씨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기다려보라고 했다. 동행들과 함께 날씨가 나아지기를 빌었다. 여기서부터는 마추픽추를 가이드와 걸어서 구경한다.


 아직도 흐리디 흐린 날씨. 그런데 어느 순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날이 개기 시작했다. 회색이었던 하늘이 태양과 함께 점차 푸른 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추픽추를 가로막던 구름도 옆으로 비켜주더니 내가 머릿속에 담고있던 웅장한 그 광경이 드디어 내 눈에 들어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 관광객이 엄청 많이 줄었다고 한다. 원래는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건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우리는 서로를 찍어주었다.  판초까지 입고 온 나는 이곳에서 기필코 인생샷을 남기겠다는 일념이었다. 하지만 역시 외국인들의 사진은 우리들의 감성과 맞지 않는듯하다. 열심히 찍어주시는데 내가 생각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근데 옆에 아무말 하지 않고 올라오시던 분이 한국분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사진을 부탁했다. 역시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겨주셨다.

구름이 살짝 걸쳤지만 오히려 좋다

  보통 이렇게 마추픽추 관람을 마치고 오후 두시경 기차를 타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온다. 근데 나는 당일치기면 시간이 촉박할거라 생각해 네시 기차를 예매했다. 하지만 두시 기차도 시간은 충분했다. 시간이 많이 남은 나는 동행들과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올라온 길을 혼자 걸어 내려왔다. 날은 덥고 판초까지 입고 있어 땀이 났다. 40분정도 걸어내려오니 아까 마을로 돌아왔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눈 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촌형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준 로모 살타도를 시켰다. 로모살타도는 간단히설명하자면 소고기 덮밥이었다. 감자 양파 소고기를 간장데리야끼 소스 비슷한 양념에 볶은 것 같았다. 음식 사진을 마지막으로 내 핸드폰은 전사했다.

로모살타도와 잉카콜라

 밥도 먹었겠다, 기차 시간도 두시간 넘게 남았고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은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관문같은 마을이어서 숙소나 식당, 카페 그리고 가게들이 있었다. 물소리가 배경으로 들리는 고요한 산속의 마을같은 느낌이었다. 돌아다니다 아이폰을 충전해줄 수 있다는 카페에 발견해 경치를 감상하며 숨을 돌렸다. 그리고 4시 12분 기차를 타고, 다시 밴을 타고 쿠스코에 무사히 돌아왔다.


느낀점을 장황하게 적고싶지만 마추픽추 후기는 워낙 많기도 하고 내가 이 웅장함을 과연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여기서 마무리한다.


버킷리스트 절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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