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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Aug 06. 2023

감격의 우유니 입성

나 홀로 남미여행 - 6일 차

    

  우유니행 버스는 무사히 아침에 도착했다. 바로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오후에 노을과 별을 보는 '선셋-스타라이트' 투어를 함께 하기로 한 분들과 만났다. 4시부터 10시 30분 정도까지 진행되는 이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우리는 '아리엘'이라는 여행사를 찾아갔다. 우유니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투어사에 대한 조사를 하는 중일테다. 보통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투어사에는 오아시스, 브리사 등이 있고 아리엘 또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투어사이다.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투어사를 따질 여유 없이 그저 한국분들과 동행이 가능한 곳을 찾아가려고 했다. 다행히 동행을 찾았고 그분들께서 아리엘로 염두해두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따라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리엘 투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적극 추천한다.


숙소는 시계탑 가까이 잡는걸 추천한다

    투어사들은 우유니 시계탑 근처 도로를 따라 쭉 들어와 있다. 아리엘 투어사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오늘 투어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 즉시 가격협상이 시작되었다. 선셋-스타라이트 투어는 인당 150 볼. 남미 와서 내가 얻은 능력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할인능력인데, 아직은 초보자다. 나는 경쟁사 오아시스를 언급하며 선공했다. 그곳은 전문 카메라를 사용하는 프로라고 했다고. 그러자 아리엘에서 반박했다. 걔네는 '세미' 프로고 우리가 진짜 프로라고.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가격제시에 들어섰다. 선셋-스타라이트는 원래 150 볼, 풀데이 투어는 180 볼인데, 나는 두 가지를 다할테니 300 볼을 제시했다. 터무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수비하는 아리엘이었다. 나는 두 번째 제안을 했다. 우리가 지금 이 회사에서 투어를 두 번 할 거고 세 번도 생각 중인데 그럼 일단 각각 10씩만 깎아줘라. 고민하더니 승낙했다. 결국 선셋-스타라이트 140 볼, 풀데이 170 볼에 예약을 성공했다. 20 볼. 한화 4천 원도 안 하는 가격이고 혹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남미 여행을 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의 일부이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가짐은 배낭여행자의 기본 도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시 현금이 부족하긴했다.


    예약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동행분들과 이따 만나기로 하고 방에 들어가 전날 쌓인 피로를 풀었다. 네시 반, 투어를 함께하는 일곱 명이 모두 모였다. 커플 한 팀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은 모두 혼자 여행온 사람들이었다. 출발! 아 그리고 나는 나중에 알았는데 오늘 우리와 함께하는 가이드가 바로 아리엘이었다.  


    차로 삼십 분 정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흙으로 덮여 갈색 빛이었던 땅이 흰색으로 변해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곳이 바로 화면 속에서만 보던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구나. 차가 어느 정도 사막 가운데로 들어가면 우리는 장화로 신발을 갈아 신고 차에서 내린다. 물은 복숭아뼈 살짝 아래까지 차있다.


예술이다

    아직은 노을이 지기 전이었는데, 하늘은 파랗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어느 정도 떠있는 구름은 물에 반사되며 우유니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아름답다는 말은 우유니를 설명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유니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남긴 후기에서 우유니가 기대했던 정도가 아니라는 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에겐 우유니의 첫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이 광경은 나를 완전히 압도했다.


지구가 아닌것 같다

    감상도 잠시, 우리는 모두 사진 찍기 모드에 돌입했다. 우유니는 사진으로 시작해 사진으로 끝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유니에서는 특히 한국인 동행을 구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인들만이 공유하는 사진 ‘감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서로가 만족할만한 인생샷을 건져주기 위해 내 한 몸 불사하지 않는다. 여행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도 있을 정도다. 우유니에서의 최악의 상황은 안 좋은 날씨가 아니라, 완벽한 날씨에 외국인들과 가는 투어라고. 한국인들과 가지 않고 가이드에게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꼼꼼한 촬영과 다양한 단체샷 연출은 가볍게 스킵돼버릴 수 있으니 명심하자. 우리는 서로 구도를 잡아주고 포징도 가르쳐주며 사진을 찍어줬다.


  날이 무척이나 좋았다. 우유니에서 이미 삼일정도 보내신 분께서는 오늘 날씨가 가장 좋다고 하셨다. 우유니에서 날씨가 좋다는 것은 물론 흐리지 않은 맑은 하늘도 맞지만, 바람이 많이 안 분다는 점도 포함된다. 바람이 불지 않아야 물에 반영되는 사진을 가장 잘 찍을 수 있어서이다. 남는 건 사진.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온갖 포즈를 다 취해본다. 판초도 입고 점프도 하고 광활한 우유니를 가로질렀다. 가이드도 한명한명 사진을 찍어주는데 각자의 핸드폰을 빌려가서 찍어준다. 확실히 잘 찍어주시긴 한다.


    이제 블로그와 카페에서 보던 '우유니 단체샷' 들을 찍기 시작한다. 가이드는 갑자기 의자 7개를 차에서 꺼냈다. 그리고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시킨다. 이 부분이 좀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재미있었다.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타임랩스까지 찍는다. 우유니에서는 카메라가 꺼지지 않는다.

재밌다

    날이 조금씩 저문다. 해가 내려가면서 이제껏 본적 없는 노을의 색을 보았다. 노을이 지면서 우유니의 색이 실시간으로 변한다. 아름답다. 저물어가는 저 하늘의 해와 거울에 비친 해까지 두 개의 태양이 떠있었다.


우유니가 언제나 하얀 빛은 아니다

   

    해가 곧 완전히 내려가면 별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유니의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된 것이다. 시간은 8시 정도. 아리엘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려는지 전문 카메라를 꺼냈다. 이제 어두워져서 더 이상 핸드폰 카메라로는 사진을 잘 담기 어렵다. 우리는 한명씩 차 위에 올라가 별 보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우유니에 와서 꼭 찍고 싶던 사진이다.  별이 쏟아지는 장관을 담으면서 야간 촬영을 하려면 포즈를 취한 채로 15초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한다. 사막은 사막인지라 이곳도 밤에는 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진다. 다른 사람촬영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꽤 있으니 옷을 반드시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한다. 이렇게나 많은 별과 은하수 광경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너무 그림 같아 잘 실감 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 허공에 글씨를 남기는 단체샷을 찍었다. 이 날은 일곱분이 함께해 서로 찍어주기도 좋았고 특히 이런 단체샷에서 더 풍요로운 사진 연출이 가능했다.

 

우유니의 밤

  이렇게 환상적이었던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아리엘 사장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돌아와서 바로 우리에게 보내주신다. 투어가 끝나고 다 같이 한잔하러 갔다. 거의 열한 시가 다 된 시간에 우유니에는 문을 연 식당은 많이 없었다. 다행히 구글지도에는 영업시간이 지났지만 가게 문이 열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같이 동행하신 분이 가보고 싶어하시던 꼬치집이었는데 우리를 받아주셨다. 맥주 한 캔과 꼬치를 야무지게 먹었다. 흰쌀죽과 감자도 내어주신다. 나이스.

맛있었다.

    우유니에서의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기에 날씨가 좋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너무나도 다행히도 날은 이보다도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우유니의 완벽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믐달이 뜨는 날에 맞춰 오시거나 일정을 연장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노을과 무수히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느낀 건 우유니 만족스러운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날씨-동행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이 세 요소가 모든 게 완벽했던 날이었고 나는 너무나도 감사하다.


    내일은 풀데이 투어. 하루종일 우유니를 탐방(=사진촬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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