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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22. 2020

변덕에서 변화로 서울둘레길 1번 코스 여행!

불암산과 수락산 코스!

가을이 다가오는 시기!

밤과 낮의 길이가 비슷해지는 시기!

나는 서울둘레길 1번코스에 갔다.

숫자는 1이지만 내게는 서울둘레길 8개 코스 중 완주를 위한 마지막 길이었다.

이 코스는 불암산과 수락산으로 이뤄졌는데

위의 지도와 같이 중간이 순환으로 되어있어

긴 코스와 짧은 코스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당연히 짧은 코스를 선택하였다.

화랑대역에서 출발하여 선선한 아침을 걷고 뛰고 또 걸었다.

어느덧 불암산을 지나 스탬프 찍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인증샷을 찍고 뛰어가는데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럴 때면 놀라고 아파야 하는데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 다섯째누나 그리고 국딩시절 나

약 35년 전 아버지와 나는 불암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내게 "이 산은 약한 바위로 만들어진 산이야! 바위는 잘 깨져서 돌이 되고 또 돌멩이는 또 부서져서 큰 모래가 많고 미끄러워! 그러니 이 산에서는 뛰면 넘어지고 다치니 조심히 걸어라!"라고 하셨다. 35년 전 10살짜리 꼬맹이 때 넘어졌는데 50가까운 나이에도 뛰다가 넘어졌으니 아버지가 하늘에서 웃을 것 같다.

과거를 회상하니 시간이 빨리 가고 그 속에서 걸으니 순식간에 많은 곳을 지난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탬프 찍는 장소에 다시 도착한 것이다.

한바퀴 돈 코스! 빨간 체크는 스템프 찍는 곳

둘레길 중간의 순환코스를 제대로 한 바퀴 돈 것이다. 힘이  빠져서 돌아갈려는데 문득 "잘 못된 길은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분장하는 나

내 어릴 적 꿈은 영화쟁이! 만들어도 출연해도 평가를 해도 좋다. 단지 영화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소는 나를 유니폼맨으로 만들었다. 나는 영화를 버리고 일상을 찾아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제가는 영화를 할 것이다.

그럼  지금의 내 인생길은 잘 못된 것인가?

나는 오늘의 내 여행길처럼 그냥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고개역 근처

생각을 바꾸니 약간 예스러운 이 길이 정감 있어 보였다.

여름은 변덕스런 날씨라고 한다. 근데 내 마음보다는 우직한 것 같다.

하지만 가을로 가는 지금은 너무 빠르기에 한눈을 팔면 옆길로 또 고 만다.

실제로도 요즘이 일교차도 제일 크고 낮과 밤의 길이도 변화가 가장 크다.

변화에 적응해야하는데 그냥 걷는 나그네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침의 선선함은 사라졌는데 마실 물  또한 마신  이 돼버렸다.

날씨는 그냥 걷는 여행자에게 가혹할 만큼 더워졌다.

수락산의 작은 계곡

당고개에서 사진을 찍을  것이 아니라 물을 사야 했는데 자책할 때쯤 유난히도 물이 많은 곳에 도착했다.

걸어가면 개울이고 뛰어가면 계곡이다.

물이 떨어지는 산 수락산(水落山)에 도착한 것이다.

마실 수는 없지만 담글 수는 있다. 그래서 신을 벗고 발을 담갔다.

물이 시원해서인지 발의 피로도 풀렸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뚜벅거리며 움직이니 어느덧  뚜벅이가 승차객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오늘의 여행과 서울둘레길 1차 라운딩이 끝났다.

내가 중간에 잘 못 걸은 순환길이 있으니 오늘은 라운딩 두 개를 완성한 뜻깊은 날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얻은 것은 변덕이 변화로 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내 인생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변덕이며 바뀌는 시간도 이제 끝날 것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것처럼 이제 나도 변화의 시기가 올 것이다. 더 나다운  내가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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