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이 May 14. 2022

5.14km 달리기

사색 같은 달리기!

나는 197##월 13일(음력, ##월 13일)에 태어났다.

내 생일은 양력과 음력 모두 13일이다.

그래서 나는 13이라는 수를 사랑한다.

198#년에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고 2반이었으며 22번이었다.

누군가 "너는 누구니?"라고 물으면 2학년 2반 22번 이@@이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숫자 2를 너무나 사랑했다.

이 처럼 숫자 혹은 수는 의미가 부여될 때가 있다.

우리가 그 어려운 42.195km라는 풀코스를 뛰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어린시절 내 모습

나와 친한 형님의 따님이 5.14(토) 중요한 시험을 본다.

그래서 그 형님은 이를 기원하고 염원하는 마음으로 매일 5.14km를 뛰었다.

상식적으로 그 달리기가 직접적으로 시험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바람과 염원이 같이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바람과 염원의 엄청난 효과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5.14km를 뛰고

199#년 늦가을 나는 태릉에서 면접을 보고 체력측정과 신체검사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2차 시험을 치른 것이었다.

날씨는 너무 좋았지만 아침 9시 정도 시작한 시험은 저녁이 다 되어서 끝이 났기에 8시간 이상되는 시간이 소요되는 매우 긴 일정이었다.

근데 우리 아버지는 울타리 한편에 만들어진 초소에서 그 오랜 기간을 오직 아들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마치고 초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가 좀 넘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불안한 듯 초조해하며 면접은 잘 봤냐고 첫 번째로 물으셨고, 나는 담담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6.25 때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방공포로 수용된 적이 있다.

때문에 마음의 짐을 갖고 계셨다.  

사실 1993년 아버지는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제한되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초소에 계신 아버지의 존재는 나의 불안감보다는 절실함을 상승시켰다.

엄마, 아빠

체력측정 중 턱걸이에서 나는 탈락에 가까웠다.

최소 1개 이상을 해야 하는데 첫 번째 것은 뛰어오르면서 한 것이기에 무효가 되었고 두 번째 것은 반동으로 해서 무효가 되었으며 세 번째 것은 턱이 철봉을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해서 무효가 되었다. 결국 탈락인 것이었다.

근데 초소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희망을 턱걸이라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채 아버지가 계신 그곳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감독관님께 기회를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재검을 받았고 턱걸이에 성공하였다.

평생 한 부탁 중에 제일 잘한 것 같았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아버지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은 조금씩 붉어졌고

아버지와 나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본인의 안도감과 상대의 안도감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붉어지는 태양빛은 온화하였고 버스 안의 공기는 포근하였다.     

졸업사진

나는 어제 5.14km를 5.13/km 페이스로 뛰었다.

첫 번째는 5.14()의 시험을 응원하는 의미이고 두 번째 5.13()까지 정말 열심히 수고했다는 격려의 의미이다.

사실 일정 거리를 목표한 페이스로 뛰는 것은 쉽지는 않으나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것에 나도 놀랬다.     

그리고 이 미션 덕에 하늘에 계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빠(장인) 더 생각하고 기도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나행사(나는 행복한 사람)형님 수고하셨습니다.

따님께 꼭 한번 읽게 해 주세요!

이미 잘 알고 있겠으나 아빠가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따님, 합격과 더불어서 이번 시험도 분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를 하는 특별한 이유 한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