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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Jun 06. 2022

바람처럼 물처럼 한계령~대청봉~천불동

울산바위처럼 설악산 걷기!

나는 어제(2022.6.4 토요일) 설악산(한계령~ 대청봉~천불동 코스)을 다녀왔다.

사실 처음 계획은 한계령~대청봉~공룡능선~ 백담사 코스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변경하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또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울산바위가 금강산에 가고자 했으나 설악산에 머무른 것이 매우 훌륭한 것처럼  말이다.

울산바위(출처 : 네이버)

이번 글은 간단한 여정과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다.


2022년 6월 4일 새벽 06시 흐바님, 비원님, 소온님, 앨리스님, 시속 그리고 나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났고 간단히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한 다음 06시 29분 한계령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계령행 버스표

버스는 출발과 동시에 거북이처럼 서행을 하였고 암사대교를 건너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연휴로 인해 이동차량이 증가해서 인지 춘천 인근에 가서 조금씩 해소되었고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으로 예상보다 2시간이 지연되었다.

한계령에서 인증샷

그래도 이때까지는 서두르고 시간을 아끼면 대청봉과 공룡능선 그리고 백담사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한계령은 돌을 쌓아서 만들어진 너덜길이었다.

또 어떤 곳은 돌이 세로로 서있어서 걷는데 매우 불편하였다.

너덜길에서 나의 육신은 조금씩 피곤해지고 마음은 너덜거리게 되었다.

한계령에서 끝청봉 가는 길

하지만 대청봉에서 동쪽 바다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걸어갔다.

그리고 끝청봉쯤 도착해서 우리는 운해(海)라는 구름으로 된 바다를 봐버렸다.

솜털 같고 마시멜로 같은 이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고 황홀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운해

그러나 소청봉에서도 중청봉에서도 대청봉에서도 운해만 보였다.

동해뿐만 아니라 기암괴석들도 볼 수 없었다.

우리가 보고자 했던 풍경,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 자연이 선택한 경관과 구름이 연출한 자태를 보았다.

나쁘지는 않았으나 아주 조금은 실망하였다.

오솔길의 한 모퉁이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중청대비소에서 물을 보충하고 대청봉에 올랐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 가는 길

대청봉 비석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약 50여 명의 사람이 줄 서있었다.

순서를 기다려서 찍으면 1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비석과 좀 떨어진 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대청봉 인증샷

이때 시간이 오후 2시 40분이었고 공룡능선은 이미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대책회의를 하였고 이동시간, 교통편 등을 고려하여 하산길을 천불동~비선대~소공원 코스로 선택하였다.

중청대피소에서 희운각대피소 가는 길

하산길은 운해라는 바닷속으로의 여행이었다.

건조했던 땅과 바위는 젖어있었고 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곳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도 있었다.

천불동 입구까지는 하산길이 좋지만은 않았고 미끄러워서 다소 힘이 들었다.

육지에 익숙한 우리는 운해라는 바닷속에서는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희운각 대피소를 지나서 천불동에 도착하였다.

거기부터는 이슬비도 미끄러운 지면도 없었다.

걷고 뛰기에 좋은 길, 아름다운 바위, 청량한 물소리가 있었다.

천불동의 멋진 소(沼)

특히 천당폭포의 자태는 공룡능선을 못 간 우리의 작은 설움을 단번에 씻어주었다.

천불동 천당폭포

한계령에서 대청까지가 수억 년의 바람이 은 웅장 함이라면

천불동에서 비선대까지는 수천만 년 물이 녹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래저래 또 걷다 보니 소공원에 도착하였고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소공원 인증샷

이후 중앙시장에서 만찬을 즐긴 후 오후 10시 20분 동서울행 막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하였고 12시 20분에 도착하였다.

속초시외버스 터미널 가는 길

만약 길이 막히지 않고 제시간에 한계령에 도착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좋았을까?

공룡능선에는 갈 수 있었어도 국립공원 1 경이라는 멋진 자태는 구름 뒤에 숨어있어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차선이라고 생각된 천불동 행이 어떻게 보면 최선일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기 이름을 갖고 자태를 뿜어내는 울산바위처럼...

마지막으로 이 산행을 기획해주신 비원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흐르는 바람처럼 인도해주신 흐바님, 같이 걸어주신 소온님, 앨리스님, 시속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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