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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08. 2022

내가 원하는 달리기 등수!

한 번은 아니고 여러 번의 꼴등

달리기는 대회를 뛰고 나면 기록과 등수가 나온다.

때로는 마음에 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매번 기록이 마음에 들고 동시에 아쉽다.

기록이 좋으면 "더 잘 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아쉽다.

기록이 나쁘면 그래도 이렇게 뛰었음에 감사해한다.

왜냐하면 몸상태는 계속 바뀌고

그 변화를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로도 날씨도 환경도 끊임없이 바뀌기에 최적 목표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금 이상한 말인데

문뜩 달리기의 목표등수를 정하고 싶어졌다.

특정 대회나 이벤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달리기의 목표등수를...

1등으로 하고 싶지만 달성은 어렵고 유지는 더 어렵다.

꼴등도 생각해봤는데 왠지 우울하다.

중간 등수는 항상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2등은 1등을 미워할 것 같다.

뒤에서 두 번째는 꼴등이 될 것을 두려워할 것 같다.

특정 누구보다 바로 위의 등수는 그 누군가를 계속 확인해야만 하기에 비굴하다.


무엇보다도 위에 나열된 것들은 멋스럽지도 나답지도 않다.

무엇인가 멋지고 나다운 목표등수를 가지고 싶다.

불변의 목표등수를 정하기 위해서는 달리기를 왜 하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달리기의 본질 안에서 목표등수를 정해야만 불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한쪽 발이 땅에 닿기 전에 반댓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행위이다.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는 빠름이다.

그럼 빠른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만의 방식으로 빠름을 정의한다.

빠르면 자주 꼴등을 한다.

어떤 그룹의 꼴등에서 1등이 되고

다시 다른 그룹을 따라잡아 꼴등이 된다.

꼴등을 많이 할수록 빠른 사람인 것이다.

이것이 나만의 빠름에 대한 정의다.

불변의 목표등수를 나는 "여러 번의 꼴등"으로 정한다.

"여러 번의 꼴등" 정말 간지난다.

내 달리기는 여러 번의 꼴등을 지향한다.

무리카미 하루키는 "적어도 걷지는 않았다."라고

난이는 "여러 번의 꼴등"이다.

꼭 달리기에만 국한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삶도 "여러 번의 꼴등"이 좌우명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꼴등이 꼭 나쁜 것이 아니다.

시작일 수도 도전일 수도 있다.

맛집에 줄을 서도 꼴등부터 시작한다.

특혜가 없이 여러 맛있는 음식을 먹을려면

꼴등을 여러번 해야한다.

그래, 나는 달리기도 인생도 여러 번의 꼴등을 추구하고 싶다.

이것이 내 불변의 목표등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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