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탐방기!
중산리~통천길~천왕봉~통천문~백무동 코스
나는 어제(2022년 5월 28일) 지리산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리산은 명산이고 영산이다.
나는 하늘길을 걷고 하늘문을 통과하면서 이쁘고 멋진 것도 보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였다.
이번 글에는 읽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교통편과 이동동선을 간략하게 포함하였고 주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두서없이 썼다
2022년 5월 27일(토) 23시 30분에 나행사형님, 루미님, 시속이 그리고 나까지 네 명은 남부터미널
에서 중산리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였고 약 3시간 30분 뒤인 2022년 5월 28일(일) 02시 58분에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내렸다.
벌써 십 수회 이 버스를 탄 나행사형님의 말씀에 의하면 항상 02시 56분에서 03시 04분 사이에 중산리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03시부터 출입이 가능한 국립공원에 최적화된 버스라고 생각되었고 기사님의 투철한 사명감에 감동받았다.
우리는 짐을 챙기고 도보로 약 30분을 이동한 후 03시 42분여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에 산행을 출발하였다.
오늘의 산행은 중산리~통천길~천왕봉~통천문 ~백무동 코스이고 시간적으로는 새벽에서 오전의 흐름이다.
등산 시작 10분 만에 통천길에 도착하였다.
캄캄한 새벽에 통천길이라는 간판을 보고 이번 등산은 하늘로 떠나는 발걸음인가라고 생각이 들었고 약간은 오싹하였다.
그때쯤 나행사형님이 내려갈 때는 통천문을 통과한다고 하였고 이번 산행은 정말 별천지 여행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통천길과 통천문 사이에 천왕봉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다음에는 한기 같은 오싹함은 친근한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이 길은 하늘로 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고 또 한참 후에 만나게 될 통천문도 하늘로 가는 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천왕봉으로 가는 문이라는 것이 나를 진정시켰다.
어둠 속의 통천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내 귀에 지속적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 때문에 나는 개천을 볼 수는 없었으나 청량한 물소임에 틀림없었다.
중산리계곡(출처 : 네이버) 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선선한 바람도 느낄 수 있었는 데 어느 순간부터 물소리도 시원한 바람도 사라졌다.
그리고 몸이 꿉꿉해질 무렵 바람이 또 불어와서 땀을 날려주었고 물소리도 들려왔다.
이후 바람은 계속 거세졌고 물소리는 점점 커져서 계곡물소리에서 파도소리로 바뀌었다.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음)
좀 특별한 경험이기는 했으나 마법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어둠이 낮으로 변환되는 시기였고 영산이라고 불리는 지리산 그중에서도 통천길에서 느끼니 더 시원하였고 기분이 묘했다.
어느덧 태양은 수풀 사이로 완벽하게 떠올랐고 우리는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식사 이후 법계사를 지나서 천왕봉으로 향하는데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5월 말 지리산에서 본 진달래 시기로 봤을 때 진달래는 한참 전에 지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만개하고 있는 것을 보니 더 이뻐 보였다.
한참을 진달래에 빠져 있는데 하늘은 더 예술이었다.
맑기도 하고 구름이 살짝 흩뿌려져 멋스러움이 더해졌는데 나도 거기에 끼어 넣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았다.
멋진 하늘아래 두팔을 벌린 난이 그리하여 하늘 주연, 난이 조연, 나행사형님 감독의 작품 하나가 탄생하였다.
이렇게 바람, 진달래 그리고 하늘과 놀며 걸으니 어느덧 천왕봉에 도착하게 되었다.
천왕봉 비석! 바람이 최강으로 강했다. 천왕봉의 비석에는 지리산(智異山)이라고 쓰여있었다.
지혜(智), 다름(異), 산(山) 이 세 글자를 종합하면 대략 "다름을 이해하는 산"이라고 해석하였는데 상당히 심오한 것 같았다.
이는 아마도 산의 규모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한다.
지리산은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 도를 포함하고 있고 면적 483km²로 남한에서 제일 크고 높이도 1,915m로 한라산 다음으로 높다.
예전에는 이산을 경계로 백제와 신라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은 전라와 경상이 있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지리산은 예전부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이해해주고 이번 산행을 허락해준 아내님께 감사의 생각이 들었고 과연 나는 누구의 다름을 이해하였는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한번 더 팔벌리기!(천왕봉 인근) 우리는 대청봉에서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선택하였고 하산을 시작한지 30분 만에 통천문에 도착하였다. 여기까지가 통천길인가 생각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통천문에서 한컷! 이후의 길은 이쁜 곳도 있고 그늘진 곳도 있었으며
대체로 걷이에 편했다. 산행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중간중간 사진을 찍고 기분 좋은 날씨를 느끼면서 걸었다.
얼마를 더 걸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돌을 쌓고 기도하는 곳에 도착하여 나도 돌 하나 올려놓고 기도하였다.
돌탑쌓고 기도하기 그리고 이런 기도하는 곳은 높은 산정상이 아니라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함도 깨달았다.
욕망은 자연 꼭대기의 이치보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가깝고 서로의 욕망을 지탱할 수 있도록 잘 어우러져야 함을 이 돌탑에서 배웠다.
그래서 내 돌 밑에 있는 돌의 바램도 이뤄지기를 염원하였다.
또 한참을 걸으니 백무동에 도착하였고 11시 30분에 서울행 버스에 탑승하였다.
단잠을 자니 오후 4시쯤 동서울역에 도착하였고 그렇게 꿈같은 14시간의 지리산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짧지만 너무 즐겁고 느낀 것이 많은 여행이었다.
기획과 안내, 촬영까지 해주신 나행사형님 너무 감사했고 같이해준 시속과 루미님 덕에 더 행복하였다.
정말 15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분에게 추천드리는 지리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