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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Nov 29. 2022

가을에서 겨울로 달리기

2022년 마지막 가을비가 내린 11월 29일

11월 28일 퇴근하는데 비가 내렸다.

신발도 젖고 양말도 젖었는데 한기는 없었다.

여기저기에 떨어진 그 물방울은 겨울비보다는 차갑지 않은 가을비인가 보다.

올가을 내 삶은 풍요로움을 박탈당한 가을 같았다.

수확이라는 말로 벼와 이별을 강요받은 논과 같았고

변화라는 말로 잎새랑 헤어진 나무 같았다.

근무지를 옮겨서 가족을 떠나 홀로 살아야 했고  거리적 제한으로 친구들과 만날 수 없었다.


가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새벽에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면 달리기도 멈춰야 한다.

그래서 비 내리는 어젯밤은 더 우울했다.

어제는 오늘이 되었고 밤은 새벽이 되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옷을 입고 밖에 나왔고 그리고 몇 킬로를 뛰고 나서야 오늘이 완벽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선 공기가 신선했고 냉랭한 한기도 없었다. 가을의 맑음과 같은 공기였다.

하늘은 흐렸으나 찌뿌둥한 안개도 없었다.

일교차가 심하면 대기는 정체되고 약간 매캐한 흐림이 스모그처럼 퍼지는데 오늘은 너무 맑았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의 물소리도 맑았다.


공기도 시야도 소리도 맑은 오늘의 시작이었다.

이쯤 되니 나를 살짝 적시고 있던 우울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가을 풍요로움의 박탈이

다음에 오는 겨울의 양식이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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