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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Feb 27. 2023

Chellenge Race 후기

추억 속으로 달리기

나는 약 40여 년 전(50에 가깝나?ㅜㅜ)

영등포 어느 병원에서 태어났고 강서구 어딘가에서 자라났다.

챌린지마라톤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순회하는 코스이기에 회상을 주제로 대회를 준비하였다.

여의나루역 커피 자동판매기

모든 것은 우연일 수 있다.

나는 대회참가하는 날에는

잠에서 깨면 바로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섞어 라떼를 마신다.

하지만 오늘은 그 루틴을 따르지 않고

마느님 깨지 않게 조용하게 물품만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지하철역에서 커피자판기를 발견하였다.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으니 또 그가 그리워진다.

오른손으로 종이컵을 잡고 휘휘 흔들던 손도

날 바라보던 눈빛도

그리고 천천히 말하던 목소리도 그립다.

그립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기에

찡하지만 가슴 어딘가는 행복하다.

네이버 카페 마라톤114 단체샷

대회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부산하게 레이스를
준비한다.
나도 비장한 각오로 옷과 신발을 갈아입고
몸 곳곳에 파스도 붙이고
진통제 두 알도 챙겨 먹는다.

그리고 각 코스에서 어디를 보고 뛸지를 생각한다.
물론 최고의 우선순위는 카메라다.
사진보다 잘 남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지론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현상도 하셨던
그분은 많은 것을 찍었지만
유난히도 나를 찍을 때는 입술사이로 이 세네 개가 반정도 보였다.
이는 조금 더 좋아하는 것이고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다.

진짜 예술가의 하관이었다.

추워서 우의입고 시작(신났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달리기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갔을 때 성산대교가 보였다.


난 어릴 때부터 술을 즐겼는데

신촌이나 홍대에서 술을 마시면

그 다리를 걸어서 건널 때가 많았다.


그 다리를 걸을 때는 대부분 혼자였고

푸념하고 울 때도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한탄이 9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웃을 수 있다.

하고 싶은 것도 있고 할 수도 있으며 해나가고 있다.

지금도 꿈을 꿀 수 있음에 감사하다.

보스턴(마라톤)도 가고 다른 상상도 이뤄갈 것이다.

주로에서의 나

조금 더 뛰니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도착했다.

거기에 조그마한 다리가 있는데

그것을 건너면 염창동이다.

내가 성장한 곳이다.


그리고 나는 유난히도 그 다리를 많이 건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러지셨고

회복하기 위해 매일 걷기 운동을 하셨다.

그때는 엄마도 다섯 명의 누나도 바빴기에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는데

걷기 코스는 우리 집에서 그 다리까지 혹은

성산대교까지였다.

나는 참새마냥 아버지한테 조잘거렸고

아버지는 끄덕이면서도 가끔은 내게 물어보았는데

그 물음은 반복될 때가 많았다.

그때는 왜 물음이 반복되는지 몰랐고

그래서 살짝 짜증이 났다.

근데 지금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내가 같이 살고 있는 조카에게 질문을

반복하고 있더라!

그냥 이야기할 때는 술술 말하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알려줄 때는

질문의 형태로 이야기를 하고

반복해서 묻고 있더라!

그때 아버지처럼...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 1차 반환점을 통과하고

증미산에 도착!

네이버 지도 : 염창동

증미산은 우리 집에서는 도장대산이라고 불렀었다.

아버지와 새벽운동하는 산이고

엄마한테 혼나면 올라갔던 산이며

담배를 처음 배운 산이기도 하다.

좋은 기억보다는 약간 힘들고 무서운 기억도 있는 곳인데

뛰면서 보니깐 힘이 나는지?


그러나 오른쪽 햄스트링과 종아리의 통증이 점점 커진다.

나의 도전은 목동까지였다.

거기까지는 추억으로 뛸 수 있었는데

그다음부터는 추억이 통증을 이길 수 없었다.

아마 진통제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


그렇게 32kn 뛰고 피니쉬를 통과하니 씁쓸하다.

그래도 좋다.


더 나이를 먹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

상황에 따라서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때

염창동에 다시 돌아가면

챌린지 마라톤을 회상하겠지?

내가 여기도 뛰었었다고...


이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다!

완주후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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