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마라톤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순회하는 코스이기에 회상을 주제로 대회를 준비하였다.
여의나루역 커피 자동판매기
모든 것은 우연일 수 있다.
나는 대회참가하는 날에는
잠에서 깨면 바로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섞어 라떼를 마신다.
하지만 오늘은 그 루틴을 따르지 않고
마느님 깨지 않게 조용하게 물품만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지하철역에서 커피자판기를 발견하였다.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으니 또 그가 그리워진다.
오른손으로 종이컵을 잡고 휘휘 흔들던 손도
날 바라보던 눈빛도
그리고 천천히 말하던 목소리도 그립다.
그립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기에
찡하지만 가슴 어딘가는 행복하다.
네이버 카페 마라톤114 단체샷
대회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부산하게 레이스를 준비한다. 나도 비장한 각오로 옷과 신발을 갈아입고 몸 곳곳에 파스도 붙이고 진통제 두 알도 챙겨 먹는다.
그리고 각 코스에서 어디를 보고 뛸지를 생각한다. 물론 최고의 우선순위는 카메라다. 사진보다 잘 남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지론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현상도 하셨던 그분은 많은 것을 찍었지만 유난히도 나를 찍을 때는 입술사이로 이 세네 개가 반정도 보였다. 이는 조금 더 좋아하는 것이고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