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이 Mar 22. 2023

동아마라톤 105일 1천 km의 기록

2023년 서울마라톤 준비, 참가 그리고 소회

사랑의 시작은 언제고 끝은 언제인가?

이것은 한때 내 삶의 화두였다.

그녀와 1일이라고 한 날이 사랑의 시작인가?

그녀의 이별통보가 사랑의 끝인가?


아니다.

혼자 연모해도 사랑이고 나만 그리워해도 사랑이다.


평생에 한번 만나는 2023년 동아마라톤을

2022년 JTBC마라톤이 끝나는 날부터 기다렸고

105일(15주) 전부터 에오스와 함께 준비하였며

1천 km를 뛰었다.

스트라바에 만든 동아마라톤 챌린지

사랑이 있으면 고난도 있는 법!

어찌 내 마음이 움직였는데 세상이 거기에 가만히 있을까?

좋아하는 만큼 아팠고 염원하는 만큼 힘들었다.


아픔은 눈물 같아서 참으면 봇물이 터졌다.

용하다는 정형외과 선생님께도 많이 찾아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통제를 장기간(두 달 정도) 복용했다.

참고 뛰니 또 아프고 참으니 또 아팠다.


햄스트링 부상은 가속훈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1주일에 100km씩 뛰었다.

눈이 내려도 뛰었고 빙판 위에서도 뛰었다.

새 서식지 양평은 주로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보도블록 위를 뛰고 등산로 초입을 뛰었다.

마라톤 114 : 파랑형님이 찍어준 사진

그러면서 시간은 흘렀고 내 바람은 종교가 되었다.

세상은 사탄이 되어 내 애절함을 막았다.

나는 수회에 걸쳐서 LSD를 포기했고

인터벌은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에오스 마지막훈련 : 페이스주 14km

이미 나의 2023년 동마는 뻔런(Fun Run)으로 흘러갔었다.

그때 보인 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준콩지동님, 부상에도 끊임없이 지원해 주는 핀형님

그리고 각자의 부상과 싸우고 있는 에오스였다.

그들의 모습은 추운 겨울에 흐르는 시냇물 같아서

얼거나 고정되어있지 않았다.

에오스는 추워도 흐르고 더 추워도 흘렀다.

그 속에서 나도 같이 흘러갔다.

사랑하는 2023년 동아마라톤의 방향으로....

마라톤 엑스포에서 에오스 한컷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먹는 것이라도 바꿨다.

디카보딩을 3일 하였는데 세끼 모두 닭가슴살과 달걀만 먹었다.

한 끼에 가슴살 2팩과 계란 4개 그리고 단백질음료!

나 때문에 많은 닭들이 희생되었다.

몸무게는 3일 에 74kg에서 71kg가 돼있었다.

그리고 카보로딩은 바나나와 스윗콘을 주로 먹었고 커피를 끊었다.

이는 숙면과 배변 그리고 에너지  축척 등을 고려하여 고안한 것인데 꽤 효과적이었다.

공덕역 자판기 커피

D-1일 리허설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나나 2개, 초콜릿 1개,

CCD 2포, 물 800ml, 진통제 등을 먹었다.

화장실은 시간 맞춰서 2번, 출발 30분 전 BCAA와 산소수 15ml를 마셨다.

나의 대회루틴  검증은 완벽했다.

그리고 그날이 되었고 나는 그 전날의 아침과 동일하게  행동하였다.

다만 의식처럼 가장 보고 싶은 그를 생각하며

그가 좋아하는 자판기 커피로 음복을 했다.

정말 잘 뛰어서 몸이 한계치까지 가면

오늘은 볼 수 있으려나...

나의 창조주 우리 아빠

정말 치밀했던 내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출발 때까지 페이스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LSD 중도 포기를 밥먹듯이 하고

스피드 훈련을 거의 하지 않고

막판에 몸관리만을 했으니

대회 당일도 내 상태를 가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연습이 그러하였듯 물 흐르듯 뛰려고 했다.

페이스는 뛰면서 결정하고 몸관리를 위해 자세에  치중했다.

나는 오른쪽 엉덩이, 햄스트링, 종아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를 포기하고 평지를 선택했다.

가장 평평한 도로중앙을 점령하고 뛰었다.

이는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완주까지 오른 다리는 제대로 지탱해 주었다.

마라톤114 : 낮주형님이 청계천에서 찍어주신 사진1

발이 가벼웠다.

페이스를 보니 4분 10초 언더도 나왔었다.

페이스 다운을 해도 4분 20초 초반!

정석근 코치님을 통과하는데 "여기까지 싱글초반!"이라고 외쳐주셨다.

언빌리버블이었다.

그리고 살짝 자신감을 가졌다.

"가자! 싱글!(3시간 9분 59초 이내)"

마라톤114 낮주형님이 청계천에서 찍어주신 사진

지금까지 뛰면서 잡은 타깃은 놓진 적이 없었다.

나는 냉정하다.

잘 뛰시는 조조님, 샤갈님 등이 앞서나갔다.

하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그때는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30킬로에서 치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마라톤114 뱅뱅님이 국립중앙의료원 앞에 찍어주신 사진

30킬로 지점에 왔다.

완전 평화로웠다.

이제 속도를 낼 시간이다.

평균 4분 28초 페이스니 싱글달성이 간당간당하다고 생각되었다.

페이스 업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마라톤114 개봉님이 잠실대교에서 찍어주신  사진

그러나 그때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다리에 힘을 주니 근육이 뭉쳤다.

황급히 크램픽스를 뜯어먹다가 충격적인 맛에...

나는 맛 갔다.

(The taste was gone with my pace!)

그냥 거기까지인 것 같았다.

그리고 회복하지 못했다.

그냥 물처럼 흘러갔어야 했는데 후회도 잠시 하였다.

마라톤 114 : 오후형님이 40km지점에서 찍어주신 사진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50m도 못 간 그 승부는 정말 잘한 결정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면 또 그렇게 할 것이다.

마라톤114 매칠리스님이 잠실종합운동장 근처에서            찍어주신사진

비록 동마속의 나는 흘러온 거리만큼

등이 굽어갔지만 하고 싶은 것 제대로 했다고 평가한다.

50m라도 내가 뛰고 싶은 모습으로 뛰어봤기 때문...

에오스 서율아빠님이 만들어주신 기록증

이번에도 아버지를 볼만큼 열심히 못 뛰었지만

아버지는 나답게 뛴 아들이라고 좋아했을 것이다.

이렇게 2023년 동아마라톤은 지나갔고

나는 삐걱거리는 다리와 서걱거리는 엉덩이로 다시 주로에 섰다.

시간과 함께 저만큼 흘러간 2023년 동마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랑스러운 PB 때문이 아니라 네가 있어 105일 동안 1천 km을 뛰어올 수 있었다고...

너로 인해 존재한 105일 1천 km 그것이 행복이라고...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행복이 아니라 고통과 책임이 따르는 진짜 행복이라서 너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다시는 못 만나지만 영원히 사랑한다.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Chellenge Race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