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우산, 고양이 그리고 나
아침을 여는 조깅
요즘 아침에 운동장을 뛴다.
그곳은 잔디가 있고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오늘은 운이 좋아 떠오르는 태양을 만났다.
어쩔 때는 늦게 뜨고 어쩔 때는 빨리 떴는데
오늘만큼은 제 시간을 맞춰서 올라와주었다.
그것도 구름 뒤에 숨지도 아니하고
긴 잠자고 일어나는 듯
기다란 그림자로 기지개를 켜면서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태양은 내게로 왔고
산과 나무가 기다란 그림자로 기지개를 켜면서
깨어났다.
이제 이 땅의 모든 것은 해와 같이 말똥말똥하다.
깨어난 세상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버려진 듯 한 고장 난 우산들이다.
색깔도 요상하고 모양도 기괴하다.
운동을 마치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주인이 등장하였다.
바로 고양이였다.
무궁화 색은 황갈색 고양이의 집이고
검은색과 푸른색은 점박이 고양이의 집이었다.
집은 초라하지만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었고
이슬, 빗물 등을 모을 수 있는 접시도 존재하였다.
산과 들에서 자유를 즐기며 사는 고양이에게는
최적의 집이었다.
태양이 조금 더 올라왔을 때
출근을 위해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해, 우산 그리고 고양이...
핼렌켈러가 그토록 보고 싶던 아침!
그 한 조각을 제대로 느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