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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Apr 20. 2023

푸르게 늙어가고 싶다.

곡우, 세상은 푸르게 여름으로 흘러간다.

2023년 4월 20일 , 오늘은 곡우다.

곡우()는 24 절기 중 하나이고

곡식 곡자와 비 우자로 된 단어로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출처 : 네이버 검색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이슬비가 내렸고

나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 20바퀴를 뛰었다.

송추고려대학 운동장 잔디

오늘의 운동장은 푸름과 누르스름으로 듬성듬성 덮여있어 거추장스러웠다.

커다란 운동장이 색판뒤집기 놀이를 하는 것 같이 어떤 곳은 좀 더 푸르렀고 다른 곳은 좀 더 누르슴 하였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푸름으로 덮여 여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라톤114운동회 : 색판뒤집기

운동을 마치고 출근했고 규모가 제법 큰 회의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이 많았는데

늙어버린 그들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고 슬펐다.

"왜 늙었냐?"라고 말도 못 하고 슬펐다.

왜냐면 나도 그들과 같은 세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내 머리는 아침에 본 운동장과 같이

검음과 하얌이 색판뒤집기 놀이 중이었

심지어 어떤 부위는 그 놀이마저도 끝나버려서 민둥민둥하였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는데 세월을 느끼니 슬펐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듬성듬성 푸른 운동장보다는 점점 푸르러지는 한 포기의 풀처럼 늙고 싶다.

세월로 색판이 뒤집히기보다는 세월에 물들어가듯 늙고 싶다.

인위적 저항보다는 자연적 순응으로 파뿌리가 되고

인상보다는 웃음으로 주름지고 싶다.

몸은 세월에 물들어도 마음만은 경험만큼 넓어지고 싶다.

이것이 곡우에 세월 속을 달린 반백이의 소원이다.

그렇게 푸르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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