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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Apr 25. 2023

인생처럼 뛰어본 한양도성순성길!

뛰지만은 못해! 걸어야 하고 서야 해! 그게 인생이야!

지난 2023년 4월 24일 한양도성순성길을 뛰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은 쉼 없이 뛰지만 그날만큼은 걷기도 하고 서기도 하며 20km를 완주했다.

한양도성순성길 스탬프북

한양도성순성길은 흥인지문, 숙정문, 숭례문 등을 지나고 낙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을 오르내리는 20km 코스이다.

우리(EOS:Running Crew)는 흥인지문(동대문)에서 05시 30분에 만나 몸을 풀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뛰었다.

낙산의 오르막길

3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고 어둠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낙산의 중간 부분부터는 걸었는데 오르막길경사가 급한 것도 원인이었지만 주된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북악산(말바위통제소) 입산이 7시 이후에 가능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될 수도 있기에 빨리 가면 1시간 정도 대기할 수도 있었다.

이 가능성은 우리의 의지를 다소 약화시켰고 결국에는 서행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말바위통제소에 도착하였을 때 등산로는 열려있었고 우리의 선택이 잘 못된 판단임을 깨달았다.


살면서 확실하지 않은 많은 것들은 걱정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그것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문제는 도전하기 전에 주저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이때 좋은 동반자가 있으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느려졌지만 나는 EOS와 함께 쉼 없이 걷고 뛰었다.

낙산에서 맞이한 일출

낙산을 넘고 바로 북악산을 올랐다.

산이름에 악자 들어가면 험준한 산이 많은데 큰 산을 의미한다.

풍수로 따지면 북악산은 경복궁의 병풍이 되어주는 주산이고 좌청룡 낙산과 우백호 인왕산에 비하여 크고 험준하다.

그래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통행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뛸 수 있는 경사는 아니었다.

북악산 정상에서 단독샷!

북악산이 끝나면 바로 인왕산으로 이어진다.

인왕산은 엄마품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우리는 편하게 뛸 수 있었다.

인왕산 하산길

이후 시내길을 뛰었는데 도로를 횡단할 때마다 신호등에 걸려서 몇 분씩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고 신호가 바뀌면 뛰어갔으며 또 신호에 걸려 제자리를 지키고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야 남산에 도착하였다.

남산 초입부분

남산은 낮은 언덕으로 시작하지만 끝부분은 계단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때까지 소요시간이 2시간 20여분이었기에 목표를 향해 뛰었다.

허벅지는 점점 무거워지고 숨이 차올랐지만 그것마저 즐거웠고 재미났었다.

남산 정산에 올랐을 때 목표시간까지 20여분이 남았고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뛰었다.

완주하고 동대문에서...

다시 큰 도로를 만났고 신호등에서 기다렸고 또 달리고 녹색불을 기다리고 몇 번을 반복했다.

신호대기를 고려하면 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근데 어쩌냐, 뛰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데...

 마침내 동대문에 도착했고 완주기록은 3시간 8분이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때 EOS방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다음에 한번 더 도전해요!"

그 말로 나는 실패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추구하게 되었다.

꼭 한번 더 도전하고 싶어졌다.

가민으로 측정한 나의 기록

이번 달리기는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노력한다고 결과가 바로 오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정보(입산통제), 법령  및 제도(신호등) 등과 같은 요소들이 노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과 시행이다.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달리다가 걷고 멈춰도 다시 뛸 수 있다.

둘째 좋은 사람과 길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혼자였으면 "오늘은 여기까지..." 혹은 "다음에 다시..." 정도로 타협할 수 있었으나 서로가 응원하고 독려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셋째 도전을 추구하는 자세이다.

현실의 만족도 행복한 엔딩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한번 더 도전하면 행복한 엔딩을 한번 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달리고 먹은 쌍화탕

완주 후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없어서

우연히 쌍화탕을 마셨다.

이렇게 정갈한데 5,000원이다.

정말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이것도 도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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