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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18. 2023

때로는 비교하며 날 찾는다.(선사마라톤 후기)

중요한 것은 비교의 주체가 자신이어야만 한다.

2023년 9월 17일 선사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뛰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았고

끊임없이 다른 러너 그리고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달렸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날 알게 된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 날씨에 대한 걱정은 1도 없었다.

두꺼운 구름과 시원한 바람이 최선을 다해서 

 몸뚱이를 결승선까지 살포시 데려다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대회장에 도착하여 몸을 푸는데

푸른 하늘이 보였고 따가운 햇살이 내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준비운동을 마쳤을 때 난 이미 땀으로 샤워 중이었다.

하늘에 있어야 할 먹구름은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고

어떤 레이스를 해야 할지 선택도 못 하고 출발선에 섰다.

사회자는 연신 뭐라고 떠드는데

난 목표기록을 선택하지 못했다.

계속 페이스를 계산하는데 도저히 문제가 안 풀린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결심하고 쭈그려 앉았다.

나는 아킬레스도 아닌데 아킬레스가 약하다.

그래서 출발하기 직전까지 쭈그려 앉아 스트레칭을 하였다.

그리고 레이스는 주력이 비슷한 러너들을 따라가면서 상황에 따라 조절하기로 결심하였다.


정확히 09시 30분에 출발하였다.

3km 지점까지 개인기록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빨리 뛰었다.

숨은 차지 않았으나 땀이 많이 나서 급수에 대한 계획을 변경하였다.

나는 보통 하프코스를 뛸 때 물을 마시지 않지만 탈수를 고려하여 5km당 물 한 모금씩 마시기로 결심하였다.


5km를 지나는데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같은 그룹의 사람들보다 많이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야를 고려하여 200m 이내 범주에서 뒤따라가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내 주력만큼 그들의 주력을 잘 알기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후 그들의 페이스와 나의 속도를 끊임없이 비교하였다.


10km를 지날 때 그들과의 간격이 점점 좁혀졌다.

대회에서 다른 주자를 추월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특히 더운 날에는 피로도를 급격히 배가된다.

나름 전략이 필요한데 가능하면 오르막에서 추월하고 내리막과 평지에서는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언덕에 도착할 때마다 한 사람씩 추월하였다.


이러한 타인과의 지속적인 비교는 날씨변수로 인한 대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게 나의 페이스를 수정시켜 주었다.


15km 지점에서 내가 아는 러너들을  모두 추월하였으나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이제는 따라갈 주자도 비교할 러너도 없었다.

물론 내 앞에는 여전히 많은 러너들이 있었으나

난 그들의 주력을 몰랐고

때문에 비교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그때부터는 유사한 상황에 있었던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서울신문하프 마라톤이 생각났다.

그때가 오늘과 상황이 비슷했고 일부구간에서 걸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왜 걸었을까?" 고민했다.

체력 고갈이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되었고 남은 레이싱을 재설계하였다.

(보폭은 줄이고 포도당캔디 하나 더 먹고 20km까지 페이스 Down 등)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하고 즐겁지는 않았다.

목표보다는 한참을 늦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정말 잘한 것은 나를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비교의 주체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자신을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가 지난 오늘 부족한 나를 채우기 위해 뛰었다.

또 다른 날(me와 day 모두를 뜻함)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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