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진눈깨비 그리고 눈[물도 바뀌고 나도 변화한다.]
2025년 1월 27일은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평일이 휴일로 바뀐 날이다.
그날 새벽 나는 sub3 주자이신 혜안님과
비, 진눈깨비 그리고 눈을 뚫고
힘들지만 만족스러운 달리기를 하였다.
※ sub3 :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3시간 내에 완주
나는 1월 25일 30km 지속주를 뛰었고
26일 페이스를 다운하여 약 25km를 뛰었으며 강아지와 산책을 2시간가량을 하였다.
몸은 녹초가 되었고 저녁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1월 27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베란다로 가서 창밖을 확인했는데
기상예보와는 달리 눈은 내리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고
옷을 챙겨 입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집에서 나왔을 때는
분무기로 뿌리는 듯한 약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반포종합운동장에 왔을 때는
비가 제법 내렸고
비를 피해 운동장 안에 준비된 몽골텐트와 같이 생긴 구조물 안에서 몸을 풀었다.
(뛰기 위해서 몸을 풀었지만
정말 뛰기 싫다고 생각했다.)
몸을 다 풀고 구조물에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최근 고된 훈련(많은 달리기 마일리지)으로
몸은 무거웠고 발은 부어서 신발이 작다고 느껴졌다.
1km당 6분 페이스로 뛰는데 심박이 분당 160에 육박했다.
숨을 몰아쉬는데 물속에서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몸상태는 최악 중 최악이었다.
하지만 몸상태보다 더 나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생각보다 많이 내리는 겨울비였다.
보통은 힘들면 그냥 멈추면 되는데
그 환경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멈추는 순간 추위가 엄습하고
그 뒤에는 감기, 오환 등이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반강제적이면서도 자발적인
달리기를 이어갔다.
비의 양이 조금 줄었을 때 혜안님이 오셨다.
반가웠지만 달리기를 조기 종료할 수 없어져서
마냥 좋지만은 안았다.
혼자만의 달리기가 동반주로 바뀌었다.
내가 가속이 제한되기에 이야기하면서
느린 페이스(1km당 5분 20초)로 뛰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비뿐만은 아니었다.
눈이 함께하는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이야기가 재미나서인지
몸이 고통에 익숙해져서인지
호흡도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비교적 긴 웜업이 완료되었다고 생각되었다.
약속하거나 신호를 주고받은 것은 없었다.
그냥 러너의 본능으로 질주가 시작되었다.
성대가 울리는 횟수가 급감하는 대신
무성음계열의 숨소리가 지배했으며
그 횟수도 크기도 점차 증가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하강하는 H2O에는 비가 없어졌고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10바퀴 정도를 남았을 때부터는
바쁜 숨소리에 "쓰~~~ 읍!" 또는 "캬~~ 악!"과
같은 신음을 추가되었고
이때부터는 고통스러운 스피드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고통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한계에 대한 도전에 집중하게 되었다.
함박눈이 눈보라가 되었을 때
진한 만족감과 더불어서 질주를 마무리했다.
하늘에서는 그 새벽부터 아침까지
H2O가 비, 진눈깨비 그리고 눈으로 바꿔가며
이 땅을 찾아왔고
우리는 그곳에서 조깅, 지속 그리고 질주의 형태로
달리기를 즐겼다.
겨울에 비, 진눈깨비 그리고 눈이 같이 오면
어둠은 눈이 밝음은 비가 함께하는데
그날만큼은 반대였다.
조깅, 지속주 그리고 질주할 때
조깅 시 심박이 낮고
질주 시 심박이 가장 높은데
그 순간만큼은 그러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날 그 순간이 특별하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이든 확실하게 특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힘듦을 버티고 어려움을 이겨내면
그때가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새벽에 동반주해주신 혜안님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