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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에 중독된 반백살 러너의 푸념!

2025년 2월 첫 번째 날 달리기!

by 난이

혹시 LSD를 아는가?


마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해하지 말자!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 lysergic acid diethylamide : 환각제의 일종)


유감스럽게도 질문이 틀린 것 같다.


LSD training 또는 LSD running

정확한 용어인 것 같다.

*Long Slow Distance training

*Long Slow Distance running


결론부터 밝히면 늙어가는 마라토너에게

LSD running은 중독인 것 같다.

예전에 찍은 눈길

2025년 2월의 첫 번째 날

나는 마라톤 114의 훈련캠프 중 하나인

JOTA와 훈련하기 위해

여의도공원에 갔다.


그날은 춥지도 온화하지도 않은

그냥 2월의 서울 날씨였다.


하지만 며칠간 내린 눈으로 노면이 미끄러웠다.

JOTA회원님들과 한컷!

그날 우리는 30km 빌드업 러닝이 계획되어 있었다.

10km는 많이 천천히 10km는 천천히

그리고 마지막 10km는 마라톤페이스로 뛰는...

*마라톤 페이스 : 풀코스 대회 때 뛰는 속도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매우 어려운 훈련이었다.


나는 부담감에 전날도 그리고 그 전날도 활동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미끄러운 주로를 고려하여

훈련의 거리 또는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차를 몰아 여의도에 도착했다.


지코 코치님의 지도에 따라서 몸을 풀었고

미끄러운 노면상태를 고려하여

달리는 속도를 줄이고

거리를 30km에서 35km로 늘리라는

지침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은 환영이지만

거리를 늘리는 것은...

(주로가 미끄러운데...)


그렇게 그날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나는 sub 3그룹에서 시작했고

우리 그룹은 1km당 4분 50초 이내로 35km를

뛰는 과업이 주어졌다.


지면은 생각보다 더 미끄러웠다.

공기도 예측된 것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 그룹의 주자들은

강력했다.


그들의 발구름 그들의 숨소리는

탄탄하고 강력했기에

나의 나약한 생각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라 달렸다.

우리가 뛰는 여의도공원은

한 바퀴에 2.5km 정도이다.


35km는 14바퀴를 뛰어야 했다.

첫 바퀴는 천천히 뛰었고

그다음부터는 주어진 페이스로 달렸다.


차가운 공기에 폐는 쪼그라들어

산소가 겉도는 느낌이었고

주로는 눈이 덮여 미끄러워서

발구름도 겉도는 느낌이었다.


한 바퀴를 돌았을 때 이제 속도를 올리니 더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했고


두 바퀴 돌았을 때는

아직도 30km가 남아있음에 탄식했으며


세 바퀴를 돌았을 때는

남은 거리가 까마득하여 두려웠다.


하지만 네 바퀴를 돌았을 때는

열 바퀴 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곱 바퀴를 돌았을 때는

뛴 만큼만 더 뛰면 된다고

강제적으로 안심했으며


열 바퀴를 뛰었을 때는 참고 왔음에 감사했고

그 이후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뛰었다.


마찰로 쓸린 부위에 생채기가 나고

그 부위 소금기가 있는 땀이 들어가면

쓰라리고 아펐다.


반복되는 동작은 근육의 피로도를 상승시키고

급기야 작은 경련이 생기기도 하였다.


비록 새벽에 빵을 먹고 왔지만

뱃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기아의 고통도 엄습했고


장시간 동안 격하게 뛰어서 소화력이 저하되고

이따금 물을 마시면 콜록되며 기침하기 일쑤였다.


이런 것을 표현하면

왜 그렇게 힘든 달리기를 하냐고

사람들이 묻는데

그 정확한 답은 나도 모른다.


뛰어보면 아픈데

좀 지나면 안 아프고

또 아픈데 참으면

다시 안 아파지고

어느새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것이 내게 주는 포인트고 재미라고 생각된다.

오롯이 나를 상대하고

전적으로 나만을 다루는 쾌감!


그리고 이글과 같은 고민도 달리면서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느끼고 참으며 35km를 뛰었다.

같이 훈련한 JOTA 회원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특히 눈 녹은 인사이드를 양보해 주신 우갱님과 오즈님께 고마운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 이러한 긴 고통의 시간을 즐긴다.

왜냐면 긴 거리는 참고 뛸 수 있는데

빠르게는 그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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