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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한 반백살러너의 푸념!

2025년 2월 8일 ~ 9일 훈련일기

by 난이

2025년 2월 8일과 9일은 주말이었고

입춘한파로 인하여 정말 추웠다.

(최저온도 섭씨 영하 10도 이하)


나는 보통 새벽에 뛰지만

추위를 피해 오후에 뛰었고

여러 가지 상념을 통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숫자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2월 8일 좀 늦은 오후

한강 그리고 반포천의 산책로 따라서 반포종합운동장까지 뛰어갔다.

날씨가 좀 온화해서인지

그곳을 뛰는 러너가 제법 있었다.


10km짜리 빌드업을 생각하고 뛰기 시작했다.

※ 빌드업주 : 점차 빠르게 뛰는 형태의 달리기


5km를 뛰었을 때

속도가 제법 빠른 20대 청년 두 명이 보였고

그들의 케이던스가 이상적이라서

뒤에서 따라서 뛰었다.

※케이던스 : 1분 동안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

보속을 의미하고 180 이상 좋다.

2월 8일 10km 달리기 km당 페이스

그 결과 마지막 3km는

1km 당 4분보다 빠른 속도로 뛰었는데

두 다리는 한계치만큼 빠르게 움직였고

심장은 발만큼 빨리 뛰었으며

입은 코와 더불어서 최대한의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뱉으면서 가냘픈 신음소리를 냈다.


막지막 질주는

몸에는 참을만한 고통을

마음에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좋은 감정을

주었다.


이 감정에 대해 설명하면

성취감하고 비슷한데 좀 다르다

"모든 것을 다 태워낸 느낌"

"자신에 대한 연민이 포함된 뿌듯함"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데

하여간 세상에서 어떤 일을 끝냈을 때

혹은 세상에서의 여정을 끝낼 때

느끼고 싶은 감정이다.

2월 8일 러닝후 가민에 표시된 VO2MAX

열심히 달려서인지 오랜만에

VO2MAX 62(garmin 측정치)를 달성하였다.

※ VO2MAX : 최대산소섭취량

높을수록 운동능력이 좋다고 평가


정말 뿌듯한 달리기였다.


2월 9일도 여전히 추워서 오후가 되서야

집에서 나와 잠수교를 건너

반포종합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전날의 질주로 다리가 너덜거렸다.

그래도 참고 꾸역꾸역 달리는데

같은 동호회에서 뛰는 썹마님이 합류하였다.

좌측이 필자 우측이 썹마님

말은 서로 "힘들다", "천천히 뛰자"라고 했는데

힘든 것은 사실이었으나 천천히는 아니었다.

자존심인지 질주본능인지 모르겠으나

둘 다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사실 썹마님은 어떤지 모르겠고

나는 모든 능력을 끌어모아 뛰었다.


그래서 멈췄을 때

숨은 거친 폭풍과 같이 거칠었으나

큰 쉼표를 선물로 받아서 행복했다.

2월 9일 11.2km달리기 km당 페이스

달리기 앱으로 분석된 속도는

내 예상보다 빨랐다.

아마도 시계의 오차라고 생각되는데

그 숫자만으로 행복했다.

2월 9일 러닝후 가민에 표시된 VO2MAX

이틀 연속 강하게 뛰니

VO2MAX도 64로 상승하였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잠수교를

건너 집으로 뛰어오는데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잠수교에서 찍은 노을

문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말이 불쾌했다.


나이 들어서 이렇게 뛸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단 말인가?

40대의 노력으로 반백이는 이 정도 뛰는데...

젊은 러너의 노력를 존중하지만

세월이 준 물리적 저항을 이겨내는 것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이는 살아온 기간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 숫자에는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담겨있고

나의 나이에는 나만의 경험이 녹여져 있다.


그 주말의 달리기도 내 나이와 함께할진대

숫자에 불과하다니 그냥 숫자라고만 해달라!


그 숫자만큼 더 노력하고

잘 달리고 잘 살고 싶다.


그렇게 내 나이를 책임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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