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몇 걸음 떨어져서...
지난해(2024년) 12월 22 새벽 6시 00분에
마라톤114(EOS, JOTA) 회원님들과
남산북측순환로를 뛰었다.
남산북측순환로는 적당한 언덕이 있고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그늘이
가을에는 단풍이 있는 길이며
눈이 오면 바로 제설을 하기에 미끄럽지 않아
사계절 러너들이 찾는 성지이다.
순환로는 편도 3.3km이고 1회전을 왕복하면
6.6km이다.
시작할 때에는 온천지가 어둠이었고
띄엄띄엄 서있는 가로등만이
경계하듯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너무 적막해서 열명 남짓한 사람들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꽤나 크게 느껴졌다.
오르막 길에서는 숨소리가 커지고
내리막 길에서는 발소리가 커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나는 두 바퀴를 뛰고 신비한 풍경에 발을 멈췄다.
하늘은 푸르렀고
경계는 발그레했으나
아래동네는 아직 어둠이었다.
핸드폰을 꺼내서 찍었으나
신비감은 렌즈구멍으로 도망갔고
조금 흉측한 무언가만 남았다.
흉측한 무언가를 보니
사진을 취미로 가지셨던 아버지가 카메라를
선물로 주시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보이는 대로 찍은 사진이 잘 찍은거야!"
사진을 잘 못 찍어서인지
아니면 신비한 풍경덕인지
아버지가 생각났고 또 그리웠다.
또 그렇게 한 바퀴를 더 뛰니
태양이 중심이 되어 광명이 찾아왔고
아랫동네도 낮이 되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남기고 싶었으나 짜리 몽땅한 무언가만 남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보이는 대로 찍는 사진!"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사진은 시야보다 좁다.
그 좁은 것에 넓은 것을 넣는 방법은
피사체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아버지가 40년 전에 알려주셨는데
50살 되어서 알아차린 나는 정말 둔하다.)
사진도 아버지와 같았다.
멀어져야 간절하고 그리워졌다.
아랫동네에 같이 있을 땐 그러지 못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도 그립다.
5회전을 목표로 했으나
컨디션 난조로 4회전 뛰는 것을 멈췄다.
어쩌면 세상 모든 것이 사진 또는 아버지와
같을 수도...
좀 떨어져야 더 명확하고
좀 떨어져야 더 애잔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