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Breaking PB 30K 후기 2
2025 Breaking PB 30K의 사진이 공개되고
한 장의 사진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피니스라인 직전 마지막 발걸음이었고
그날 레이스의 뜀박질 중 마지막 디딤이었다.
내 시선은 발과 땅이 만나는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누적된 피로를 의식한 조심스러운 조치였고
달리기에서 걸음으로 변환의 확인이었며
목표달성에 대한 응시였다.
내 레이스의 마무리가 항상 같지는 않다.
마라톤은 체력적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이기에
피니쉬라인에서는 남아있는 체력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그곳에서 변화되는 것은 마음가짐이 제일 크다고 생각된다.
잔존체력이 변수라면 나는 아마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가짐이 변수면 많은 행위가 바뀔 것이다.
확실한 것은 기록에 욕심이 있을 때는 가속하며
먼 곳을 응시하면서 들어오고
고된 레이스를 마무리할 때면 그곳에서 걸음으로 전환되고 땅을 바라본다.
더 높은 곳을 볼 때는 발전적인 성취감이 느껴지고
낮은 곳을 바라볼 때는 애잔한 성취감이 감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마라톤의 피니쉬라인은
발전적인 성과와 애잔한 보람참이
상존하는 곳인데
나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사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기록과 성과에 목표를 두고 달려왔다.
10년을 그렇게 뛰니
기록은 계속 좋아져서
이제는 풀코스 서브 3을 노리는 러너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기간을 넘어 세월이 되듯
나도 이제 중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노력대비 성과가 현저하게 낮아짐을 느낀다.
계속 기록만을 위해 달리기를 하기에는
투자대비 리턴이 적어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준비시에도 보람된 의미가 목표가 되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고 여겨진다.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말이다.
지난 10년간의 마라톤 생활 중에서
풀코스를 뛰고 감동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기록이 좋으면 좋은 대로
몸이 고달팠으면 그것을 이겨냈다는 것으로
항상 감동이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이야기하면
힘든 레이스일수록
참아낸 내가 자랑스럽고
그런 순간과 과정 그리고 결과 모두가 진한 감동이었다.
어찌 보면 마라톤은
많이 고아질수록 진하게 되는 곰탕 같아서
오래 뛸수록, 기록이 나쁠수록
땀도 고통도 더 많이 녹아있는 더 진한 감동을 느꼈다.
다시 2025 Breaking PB 30K를 상기시켜 보면
나는 피니쉬지점에서 고개를 떨군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마지막 디딤을 응시한 것이다.
한 치의 오차 없는 완주를 확인하고
애잔한 보람참을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 조금씩 기록이 아닌
의미를 찾는 마라톤을 시작하려고 한다.
기록은 가려도 행위와 의미는 남으니
그것으로도 족할 수 있고
러너의 생활을 마무리한 후
나의 스토리를 읽고 내 삶을 만족하며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시기는 몇십 년은 남았지만
지금부터 우려내어야 더 진한 감동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도가 훈련일기와 대회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