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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짐에 대한 반백살러너의 푸념!

2025 챌린지 레이스 후기

by 난이

2025년 2월 23일은 영하 7도에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많은 마라톤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나는 마라톤 114(네이버 카페)와 함께

2025 챌린지 레이스에 참가하였고

추위, 바람, 넘어짐, 신체적 변화 등

많은 난관을 넘어가서 완주를 하였다.


내가 뛴 풀코스 중 두 번째로 힘든 레이스였다.

(가장 힘든 것은 첫 번째 풀코스)

대회전 마라톤114 단체사진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면

2025년 2월 23일 서울의 사진을 찾아봐라!

그날은 입춘이 지났음에도

추워서 먼지 등의 입자가 얼어서 땅에 결박당했고

거친 바람으로 구름 따위는 그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었다.


평년에도 입춘이 지나는

그 시기에 많은 대회가 열리는데

대부분 러너들은 보통 쇼츠와 싱글렛만 입었으나

2025년만큼은 롱타이즈와 바람막이가 대세였다.

나도 롱타이즈에 긴팔 그리고 바람막이를 입었다.


09시 30분 출발 신호가 떨어졌고

나는 달려 나갔다.

그리고 강한 바람에 놀랐다.


체감은 4분/1km 페이스(시속 15km)인데

가민은 4분 25초/1km 페이스라고 뜬다.

너무 갭이 커서 믿기지 않았는데

거센 바람소리는 가민을 믿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약 11km를 뛰고 첫 번째 반환지점을

돌면서 이제는 뒷바람이라서 이득을 보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거친 바람은 낮은 온도와 합작하여

내 몸의 체온을 뺏어가서 지속적으로 추웠다.

열심히 레이스 하면서 춥다고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칼바람과 실랑이를 하며 26km를 뛰고

두 번째 반환점을 돌면서

42.2km 중 거의 3분의 2를 왔으니

온 거리에 반만 뛰면 된다고 자축하였다.


그렇게 실낱같은 신음소리를 이어가며 뛰는데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고

이어서 "퍽!"하고 큰소리가 났다.

상당히 아픈 소리였기에 주변을 돌아봤는데

내가 주로에 누워있었고

주변 러너님들이 앞으로 뛰는 것을 멈추고

모두 내게로 달려와주셨다.


순간 당혹스럽고 미안하고 감동이었다.

달리기 인생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로에서 넘어진 것이 당혹스러웠고

레이스 하는 러너분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으며

자신을 레이스를 중지하고 도와주심에 감동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크게 넘어졌는데

멀쩡히 뛸 수 있는 신체를 주신

부모님께 대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일 소중한 몸,

제일 비싼 신발(알파플라이 3),

그리고 기타 복장 및 휴대품을 확인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넘어짐으로 생긴 근육의 먹먹함이 사라질 때쯤

시야가 살짝 흐려지고 어두워짐을 느꼈다.

그 느낌은 5년 전에 벌에 쏘이고

쇼크로 정신을 잃을 때와 비슷했다.

그래서 좀 무서웠다.

그러나 걷거나 서고 싶지 않았다.

느릴지언정 달리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난 러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뛰는 것의 전제조건이

온전하게 살아있음이기에 심박수를 확인했다.

약 150 bpm이었고 짧은 상식으로 심장이 정상적이기에 쇼크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속도를 낮춰 레이스를 이어갈 것을 결심했다.


속도를 낮추니 춥고

추우니 체온이 낮아지고

체온이 낮아지니 온몸이 아팠다.


약 2km 남은 시점에 내 우측 편에서

"다 왔어! 같이 가자!"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곳에서는 옅은 미소를 얼굴에 담은 산신령 같은 노익장이 계셨다.

그 덕에 한번 더 웃고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레이스를 그렇게 마치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왜냐하면 온몸이 아팠고 남아있는 모든 것을 긁어모아야 나의 은신처 집까지 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신령 같은 어르신이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넘어짐도...

그 결과 아주 짧은 결론을 얻었다.

"그분은 아마도 나보다는 더 많이 넘어졌겠지

그리고 어려움을 잘 넘어가신 거야!"

나의 기록은 훌륭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풀코스 기록 중 제일 나빴다.

그러나 나는 그날의 기록이 마음에 든다.

추위, 바람, 낙상, 체력저하라는 모든 넘어짐

때로는 슬기롭게 때로는 그 누구의 도움으로

잘 넘어갔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러너의 측은지심,

어느 어르신의 향기,

그리고 넘어짐으로 배운 넘어감

가슴에 새기기 위하여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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