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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Nov 27. 2016

아버지 이야기#11 술버릇

2016년 11월 27일 전주후반, 남해 음식!

아버지는 술을 너무나 좋아하셔서 매일 저녁에 식사 전에 반주로 두꺼비 반병을 드셨다. 내 기억으로는 소주잔으로 세네잔인 것 같다.

그리고 자주 친구분들과 밖에서 한잔하셨는데 가끔은 꽤나 늦은 시간 양과자 한 보따리를 사갖고 오셨다. 그때는 어김 없이 하루동안 자란 잔수염의 거친 턱으로 늦둥이 막내인 나를 깨우고 귀를 깨물어 정신을 들게 하고 센배과자를 입에 넣어 주셨다.

잠을 깨운 아버지가 몹시 미웠고 목마른 내 입도 건조한 센배과자를 껄끄러워서 싫어했다. 30년 쯤 전의 나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거친 턱도 달달한 센배과자도 너무 그립고 30년 전 우리 아버지처럼 반주를 즐기며 산다.

이에 지난 봄에 절친과 1박 2일 남도 음식여행을 하였다.

진해 군항제를 보고 통영으로 넘어가서 회와 도다리 쑥국, 충무김밤을 흡입하고 우짜면(우동에 짜장을 넣은 것인데 맛 없다)까지 먹은 뒤 잠을 자고...

사천에서 제첩국으로 해장한 다음 해남 독일마을에서 소세지와 맥주를 음미하고 벌교에서 꼬막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보성에서 녹차아이스크림으로 후식을 먹은 뒤 함평에서 육회 비빔밥을 먹었다. 이때도 술은 빠지지 않았는데 그덕에 친구는 주구장창 운전을 해야했다.

날이 추우니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엄마표 김치찌개에 소주 반주하고 싶고 아버지의 거칠고 따뜻한 턱이 그립다.

때로는 눈부비고 일어나서 그냥 칭얼대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들어줄 사람도 없고 나이가 이미 많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아버지가 더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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