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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Aug 05. 2016

아버지 이야기#10 기다려주기 2

2016년 8월 5일 3일 간의 이별 그리고...

기다린다.

그리고 준다.

기다려준다.


꼭, 목적이 있을까?

아님, 이유가 있을까?


그냥, 저냥과 그렇게, 저렇게 이다.


난 1976년 1월 13일 영등포 제일병원(?)에서 태어났다.

그후 나의 잠자리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이고 그곳이 제일 아늑했다.

물론 잠버릇이 고약한 나는 어머니의 배를 때굴때굴 넘기도하고 아버지의 배를 은근슬쩍 넘어 이탈을 하였지만 항상 그곳에서 자고 그곳에서 일어났다.

1986년 어느 날이 될 때까지는 거의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날은 이상하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모두 새벽 운동을 하지 않았고 아버지보다 내가 더 빨리 일어났다.

어머니가 식사 준비되었다고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하셨다.

난 냉큼 방으로 뛰어가 "아빠, 일어나!"하였지만 아버지는 눈만 껌뻑거리고 한참 후에 일어나려고 하시는데 계속 넘어지셨다. 난 아버지가 장난치시는 줄 알고 웃고 손도 잡아주고 손뼉을 쳤지만 아버지의 행동은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넘어짐의 반복이었다.

이후 아버지는 경희대학병원에 입원하였고 뇌졸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입원실이라는 곳은 어린 내가 못 가는 곳이기에 어머니와 누나들만 병원에 갔고 난 집에서 울며 3일을 보냈다. 그리고 누나랑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나의 대학병원 첫방문 일 것이다.

경희대학병원은 신기하게 생겼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ㅁ'자로 생겼고 그 가운데인 중정이라는 곳은 등나무도 의자도 있어 공원 같았다. 한참을 중정이라는 그곳에서 기다리니 휠체어를 탄 아버지가 보였고 그의 무릅엔 카세트 플레이어가 올려져 있었다. 아버지를 오랜만에 본 나는 처음은 웃었으나 예전과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놀라서 시무룩해지고 급기야 울기까지 하였다.

그런 나를 한참을 보다가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힘들어! 웃을 수 있도록 춤 좀 춰죠!"

"대체 어떻게 울면서 춤을 추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가한 공원 같은 중정에 음악이 퍼지는 순간 눈물을 뚝뚝을 흘리며 난 춤을 췄고 고요한 곳에서 꼬마의 율동은 사람들을 모으고 병상의 창문을 열게 하였다. 심지어는 입원실 출입을 막던 경비아저씨도 박수를 쳤고 환자복의 아저씨도 호응을 해주었다. 아버지의 좀 특이한 주문은 마치 마술사의 주술 같이 내 슬픔과 환자분들의 고통 그리고 가족들의 애환을 잠시라도 잊게 하였다.

이렇게 아버지와 나의 힘든 3일만의 재회는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이었고 이쁘지만 아름답지 않았으며 재미나지만 유쾌하지 않은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중정은 예전과는 바뀌었다. 하지만 그 혼적은 남아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지만 그때 경희대학병원에서 내 율동을 보며 박수를 친 그분들을 꼭 한번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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