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시작도 없는...
인연에 대한 생각들을 묻는 분들이 있다.
나도 인연이 뭔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쓰이는 글은 100% 내 생각이다.
인연은 인할 인(因) 자에 연분 연(緣)으로 구성된다.
국어사전의 풀이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혹은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사람 인(人), 연결할 연(連) 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불교를 믿었고 그러한 이유로 불교에서 기인한 단어들이 많다.
그래서 불교에서 사용되는 인연의 뜻으로 풀어보면 좀 더 확실해질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인(因)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緣)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고 정리한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꽃이 피는 것은 씨앗이라는 인(因)에 땅, 물, 바람, 햇빛이라는 연(緣)이 만난 결과인 것이다.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부부의 연은 8,000 겁의 인연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인연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
서양에서 말하는 나비이론과 같이 어떠한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어떤 결과가 생겨난다. 당신이 세상 속을 이렇게 저렇게 살아오면서 생겨난 만남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언젠가는 헤어져도 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의 원인이 되고 그 결과로 또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은 시인들께서 이러한 인연을 글로 표현했는데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소쩍새도 울고, 천둥도 울고...
이는 국화가 꽃을 피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나도 비슷한 시 한 편을 썼다.
기다림(난이)
털보숭이로 태어나
얼음보숭이가 되고
꽃송이도 되기 전에
눈송이가 되어도...
밝은 해,
낮스러움을 기다린다.
몇 번의 천둥소리와
수천 방울, 비의 속삭임 듣고
하룻밤 그리고 또 하룻밤
느긋한 기지개를 핀다.
스쳐간 바람결같이
감싸준 눈꽃같이
흰색 겹겹이 기지개를 핀다.
꽃이 피는 것이 그냥 피는 것이 아니 듯...
우리 삶의 인연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인연은 만났다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헤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닐 것이다.
만나기 전부터 인연은 시작되었고
헤어진 이후에도 인연은 계속된다.
만남을 기대하며 사모하는 것도 헤어짐에 그리워하는 것도 그 사람에 대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