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닮은 엄마
박탈과 풍요
가을 들녘은 거칠다.
일년을 고이 품은
벼, 옥수수, 고추 다 뺐기고
가을의 들녘은 거칠다.
가을 산야는 거칠다.
비와 바람 맞고 같이한
밤, 감, 도토리 다 떨구고
가을의 산야는 거칠다.
엄마 마음은 거칠다.
반인생을 안겼던 아비를 보내고
또 반이생을 안았던 지아비를 보내고
그리고 사랑으로 품은 자식은 날라가고
홀로 계신 엄마의 마음은 거칠다.
가을 들녘과 산야의 박탈이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하듯
엄마의 이별과 외로움은
인생이라는 밥상을 풍요롭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