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세월 같더라
샛바람, 높새바람, 하늬바람도 없는데
정말 시원한 가을이다.
아직은 여기저기서 산새가 울고
여름에 내린 빗물이 개천을 흐르는
조금은 시끄러운 가을이다.
꽃은 올해 마지막 생명을 잉태하고
밤알은 커져 사춘기 소년마냥 집을 떠나는
성숙하게 역동적인 가을이다.
태양도 게으르지 않아 길을 밝히고
좌측 반달도 내님같이 떠나지 못하는
음력 8월의 스물네번째 아침이다.
홀로 걸어도 약간 스산해도 나름 가을스럽다.
돌아보는 길도
올려다고는 하늘도
일상적 이쁨을 지녔다.
가을아침을 걸으니
걸음이 세월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