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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Nov 30. 2017

낮과 밤이 공존하는 시간 달리기(1)

철원에서 새벽 달리기...

한 20년 전 이야기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께서 뜬금없이 하루 중 언제가 제일 좋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질문의 뜻도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할 때

기사분이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저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이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그때 택시는 성산대교를 건너고 있었고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난 그 광경을 잊지 못하고 2015년의 첫해를 성산대교에서 맞이하였다.

2015년 1월 1일 성산대교 일출

택시 기사분께서 말씀하신 그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기를 나도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새벽은 개벽(開闢)이다.

어둠은 소리를 키워주듯 먼동의 하늘은 신비한 느낌을 준다.

나는 새벽에 뛰는 습관이 있고 이런 신비감에 중독되어 있다.

그래서 그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다.

어쩌면 이 글은 시리즈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매우 라이트 할 때도 조금은 해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주말에는 실시간으로 쓸 수 있겠지만 주중에는 하루쯤 지연되어서 쓰일 수도 있다.

새벽에 달리는 것도 이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 일상이 아니라 감동이 되길 기대하며 첫 번째 라이트 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017년 11월 29일 새벽 철원...

오늘 철원 온도가 영상이고 날씨는 맑음이다.

미세먼지는 꽤 심한 상태이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노면의 얼음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고 태양은 아주 천천히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 6시 25분, 밤이 낮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오늘 공기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은은하다.

심지어 몽환적인 느낌도 든다.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너무 이뻐서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서 나는 뜀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조금 뒤 잎새 하나 남은 나무가 보인다.

그런데 고단함, 처량함, 마지막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그 마지막 잎새는 시간이 세월로 가는 훈장처럼 보였다.


또 한참을 뛰니 날은 거의 다 밝았다.

논이 있고 사람들이 사는 건물이 있으며 주변은 연무가 신비감을 더 해준다.

그냥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꿈에서 느꼈던 완벽한 시골의 모습이다.

오늘 미세먼지에게 감사하다. 이 신비감의 마무리는 연무일 것인데 이는 미세먼지 만든 작품일 것이다.


날은 거의 완벽하게 밝아왔는데 신비함은 아직 그대로이다.

왜냐하면 한탄강에 거의 도착하였기 때문이다.

연무가 안개꽃처럼 태봉대교와 먼 산을 감싸 안았다.

만약 천국으로 가는 다리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세히 보면 다리 밑으로 보이는 건물이 상당히 신비한데

그 이유는 성냥갑 같은 이쁜 미니어처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나도 어려지는 것 같다.

43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셀카를 찍으며 나복하였다.


그렇게 이제 밤은 완전히 없어졌다.

낮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순간 저 멀리 떠 있는 산...

이것이 오늘 새벽의 마지막 사진이고 아침 첫 사진이다.


나는 일터에 도착하였고 일을 하면서 또 낮과 밤이 공존하는 그때를 기다린다.

그래야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후에 다시 나만의 새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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