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의 검은 고기

by 장미화


이스탄불에서 차로 1시간 남짓,

사판자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가 있는 사판자는,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역의 작은 휴양 도시다. 숲 속으로 호수 전망의 독채 펜션이 많아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고즈넉한 시골길을 올라가니 꼭대기에 자리 잡은 우리의 숙소가 나왔다.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이층 집이었다. 널찍한 정원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놀고 있었는데 사람을 따르진 않았다. 시골 고양이라 그런가 애교 많은 이스탄불 고양이와는 달랐다.

집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이층으로 올라가 테라스 문을 열었다. 공기는 아직 서늘했지만, 두 눈 가득 들어오는 호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주방을 둘러보던 나는 아차 싶었다.


조리 시설이 전혀 없었다. 가스레인지, 인덕션, 하다못해 전자레인지도 없었다. 이곳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사진들을 보고 고기를 잔뜩 사 왔는데, 이런…


정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바비큐 도구가 전부였다. 남편은 캠핑용 가스레인지를 들고 왔다. 차에 캠핑 장비가 실려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집안에서 요리를 할 수 없어 정원에서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했다. 깊은 산골 꼭대기라 해가 떨어지니 너무 추웠다. 그리고 너무 껌껌했다. 정원 바닥에 무드 있는 조명이 군데군데 있었으나 요리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근처에서 사 온 장작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나는 그냥 프라이팬에 익혀서 먹자고 했으나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은 “고기는 숯불 맛이지!”를 외치며 믿고 맡기라 한다. 오들오들 떠는 내게 들어가 있으면 맛있는 고기를 대령하겠다며 호언장담을 한다. 남편은 어둠 속에서 홀로 핸드폰 손전등을 비추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편이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들고 문을 훅 열었다. 시베리아에 다녀온 듯 얼굴이 허옇게 질린 남편의 잠바에서 숯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째 기분이 싸하다. 남편이 내민 고기는, 검었다. 고기를 보자마자 ‘검다.’라는 생각 밖엔 들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보고는 남편이 멋쩍게 웃었다.

“그냥 먹어…”

"아니 근데 이게 고기 색깔이…"


남편이 눈을 내리깔며 말한다.

"그냥 먹어봐. 속에는 맛있어…"


거짓말을 못하는 첫째가 말한다.

“아… 이건 내 스타일은 아니야.

미안.”


너덜너덜해진 아빠의 표정을 보며

둘째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와~ 맛있겠다!”


“아빠는 고추장찌개 좀 보고 올게.”


남편이 나가자 둘째가 말한다.

“엄마. 이거 고기가 저승사자 색깔이야.”


고기를 한 입 베어 물고 질겅질겅, 악어 고기라도 씹는 듯한 표정을 짓는 둘째를 보았다.


순간 남편의 수고와 아이의 건강 사이에서 고민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AI한테 한 번 물어보자.”


나는 고기 사진을 찍어 AI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먹어도 되니?


아하, 숯의 검댕(그을음)이 많이 묻은 것 같군요! 캠핑에서 직화로 굽다 보면 숯가루나 그을음이 고기에 달라붙는 경우가 종종 있죠. 먹어도 치명적이진 않지만,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나무의 종류에 따라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어 그대로 드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략…)
사진을 다시 자세히 보니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왼쪽 윗부분의 닭고기 단면이 꽤 붉은 편 (분홍색) 입니다. 겉에 검댕이가 묻어 속이 다 익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닭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하얀색이 되어야 안전합니다. 분홍빛이 도는 상태로 드시면 식중독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때 남편이 인자하게 웃으며 고추장찌개를 들고 들어온다. 이제 남편은 숯덩이 그 자체가 된 냄새를 풍긴다.


“얘들아, 미안하다. 아빠의 바비큐가 이렇게 최악인 적은 없었지? 역대급으로 실패했어… 너무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장작 상태가 안 좋아서 불도 잘 안 붙고. 그냥 고추장찌개에 밥 말아먹어. 고기는 아빠가 다 먹으면 되니까!!”


남편은 웃으며 고기를 몇 입 베어 먹었다. 그의 입술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여보... 그만 먹어.

AI도 먹지 말래.”


“괜찮아…”


"아니, 입술이 먹물이 됐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 거울 봐봐.

검은 립스틱 칠한 거 같아…"


아이들이 와서 아빠를 보더니 외쳤다.


“헐!!! 아빠 완전 저승사자 같아!!”




다음날 아침, 계단을 내려가보니 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양이들. 나는 저승사자의 고기 접시를 들었다. 문을 활짝 열며 냥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너희 오늘 생일날이다!!!”

통나무집을 떠나는데 고양이들이 우리 차를 막 따라온다. 분명 사람을 따르지 않던 그 고양이들이 버선발로 우리를 배웅해 준다. 사판자 호숫가의 통나무집 고양이들은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닭고기 한 팩을 통째로 선물해 준 외국인들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기억해 주렴. 비록 우리의 바비큐는, 천사가 아닌 저승사자의 고기였을지라도.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