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돌을 쌓는다.
성당에 가면 초를 밝힌다.
종교는 없지만 그러고 싶어진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돌탑과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는 초를 보면
같은 것이 보인다.
마음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누군가의 마음들.
반질반질한 돌 하나를 주워 돌탑 위에
무너지지 않게 살포시 올려놓을 때의 마음.
다른 마음이 밝힌 불에 심지를 대고
옮겨진 불꽃 하나를 조심스레 세울 때의 마음.
나를 위한 것이든, 남을 위한 것이든,
그저 잘 되기를 소망하는 나약함이 너무도 인간답다.
나약함을 인정하는 그 마음이 더없이 겸손하다.
오늘은 보스포루스를 걷다 예기치 않게 맞닥뜨렸다.
그 마음들을.
봄꽃나무 가지가지마다 마음들이 가득 걸려있었다.
‘아…!’ 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마음속의 뭔가가 톡, 건드려진 느낌이었다.
멀리서 봤을 땐 장식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살펴보니 소원 나무였다.
튀르키예에서 액운을 막아주는 상징인 푸른 눈, ‘나자르 본주’도 많이 매달려 있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리본들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읽었던 ‘노란 손수건’ 이야기가 떠올랐다.
감옥에서 출소한 남자가 아내에게 자신을 아직 사랑한다면 집 앞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
남자가 떨리는 마음으로 나무 앞에 다다랐을 때, 나무에는 노란 손수건 수십 개, 아니 수백 개가 매달려 물결치고 있었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남자의 아내는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면서 변치 않는 사랑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무에 매단 리본에서도 작은 결의가 느껴진다. 나의 마음을 나뭇가지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나의 소망을 풀리지 않게 매듭짓는다. 이 리본을 매달면서 그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이런 생각에 빠질 때, 두 명의 청춘이 소원나무에 다가간다. 둘은 팔을 높이 뻗어 리본을 매달았다. 사진을 찍더니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떠난다. 둘의 마음이 더해진 나무는 더 눈이 부시다. 봄꽃은 벌써 시들어 떨어져 가지만, 단단히 매듭진 그들의 소망은 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참 좋은 순간을 만났다.
늘 지나오던 거리에 봄같이 풋풋한 기억이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