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때 친했던 오빠네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나랑 만나면 하루종일 웃을 수도 있는 친구와 함께였다. 오빠는 운전 중이었고, 오빠의 아내인 언니가 조수석, 나하고 친구는 뒷좌석에 앉았다. 오빠는 말수가 많진 않지만 굉장히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오빠는 나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는지 신나게 드립을 쳤고 우리는 쉴 새 없이 웃고 있었다. 그러자 언니가 참 재밌는 구경이라는 듯이 남편을 보며 말했다.
당신 오늘 참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가씨들이 하하 호호 웃어주니까 아주 입이 찢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니는 오빠의 이야기가 개미 똥구멍만큼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레퍼토리가 너무 뻔하잖아.”
오히려 오빠가 무슨 얘기를 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우리를 보며 웃는다.
“너희들 무슨 방청객 알바 나왔니?
정말 재밌어서 웃는 거야?”
오빠는 구박을 들어도 웃기만 한다. 남편의 이야기가 개미 똥구멍만큼도 재미없다는 언니가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환하게 웃는다.
별 것 아닌 그 모습이 이상하게 좋아 보였다.
그 무렵 난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흠만 보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이제 사랑이 없네, 더 이상 설레지 않다면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네, 사진첩에 온통 아이 사진뿐인 부부들에겐 서로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다면 꼭 나 때문이어야 하고, 서로의 안에서만 행복해야 한다는 연애 안에 갇혀있던 이십 대였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이야기가 재미없어도 상관없다. 그냥 그가 웃는 모습이 재미있는 그런 관계가 있다니.
희한하게도 나는 더없이 평범했던 그날을 기억한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