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너의 이별을 응원해

by 장미화


방에 혼자 들어간 아이가 너무 조용하기에 열린 문 틈으로 살짝 들여다봤다.


침대에 걸터앉아 뭔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눈가는 촉촉하고 슬픈 듯도 한데 입가엔 슬며시 미소가 묻어있다.


자세히 보니 아이 손에 들려있는 건 일년 전 이스탄불로 오며 헤어진 유치원 친구들의 사진과 롤링 페이퍼다.


나는 모른 체 인기척을 내며 물었다.


“뭐 보고 있어?”


아이는 순간 이걸 숨겨야 하나 하는 당황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답했다.


내 추억.


화제를 돌릴까 하다가 나도 그냥 아이 곁에 앉았다.


롤링페이퍼에 삐뚤빼뚤 눌러쓴 어린 친구들의 글씨를 보니 내가 다 눈물이 난다.

오늘이라도 즐겁게 놀자니...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전제가 있으니 '놀자'는 말이 이렇게나 슬프다.


아이들은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린 마음에 그늘이 질까 봐 안쓰럽다.


8살의 나는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나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본다. 옛날에 살던 동네 근처를 지날 때면 아빠는 추억의 장소들을 한 바퀴 죽 돌았다. 지금은 이사 갔어도 친한 친구의 집이었던 곳도 가보고, 다녔던 학교에도 가서 실내화 갈아 신던 곳에도 서 보고 그랬다. 우리 자매는 "우와, 언니 저기 기억나?" "어머, 이건 아직도 그대로네" 하며 마음껏 추억 여행을 했다. 생각해 보니 그게 다 엄마아빠의 배려였다. 딸들이 혹여 지나간 추억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에게 그런 선물 같은 시간을 준 것이다.


신기한 것이 있다. 장소든 사람이든 이별하고 나서 생각하면 다 좋았던 것들만 기억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별을 마냥 슬퍼하기보단, 좋았던 기억을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길 마음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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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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