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국문과 소환의 밤

by 장미화


나의 국문과 시절 수업시간을 떠올리면

한 편의 영화 같다.


교수님들이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들이니 그 수업이 오죽했을까. '교수님'이라는 말이 싫다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라는 교수님들도 많았다. 시 한 편을 읽어도 뭔가 달랐다. 강의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팔을 쭉 뻗어 올리기도 하며 애절한 목소리에 강약을 살려가며 낭송해 주시니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듯 재미있었다.


신입생 때는 권위 있을 줄만 알았던 교수님이 시 낭송 하시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친구들과 흉내 내가며 큭큭대고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교수님들께 꽃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을 정도로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작가 한강의 전남편으로 더 알려진 평론가도 내겐 한강 작가보다 훌륭한 선생님이셨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한국 문학에 대해, 한 문장 한 문장을 짚어가며 열강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특히 좋아하던 교수님이 있었다. 교수님, 아니 선생님을 떠올리면 누구든 무조건 안도현의 이 시를 이야기할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수업의 시작이든 중간이든 끝이든 꼭 이 시를 낭송하셨다. 선생님이 “너에게 묻는다!” 하면 우리들은 “또야?”하며 킥킥대고 웃었다. 나중엔 선생님이 “너에게 묻는다!” 하면 우리들은 다 같이 시를 낭송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그 해 시험은 내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 쓰고 평론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지지리도 안 했던 내가 시험지를 받아 들자마자 첫 줄에 ‘너에게 묻는다’라고 쓰는 것을 본 선생님이 꿀밤을 때리며 지나가셨다.


"아이, 선생님! 절대 짧아서 선택한 거 아니에요~

진짜 이 시가 제일 좋아서 그래요."


지금도 이 시를 떠올릴 때면 '이 연사~ 여러분 앞에~ 큰소리로 외칩니다!!' 하는 웅변학원 톤으로 시를 외치던 스무 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뵐 수 없는 선생님의 비음 섞인 나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요놈들,
타고 남은 연탄재를 보고 너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니?


2003년 국문과 강의실은 비현실적으로 감동이었다. 다시없을 낭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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