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 주는 사람을 위로해 주기

by 장미화


아주 힘든 일을 겪은 친구가 있다. 아픈 일을 겪은 사람을 대할 때 많이 망설여진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선, 그 슬픔이 차마 어떨지 몰라 덜컥 겁이 난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혹시 고민하는 내 태도가 더 상처가 되는 건 아닐지.


며칠 전 봤던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갑자기 누나를 잃게 된 한 아이였다. 그런데 주인공과 가장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아이를 어색해한다.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만나면 쓰잘데 없는 날씨 얘기만 한다. 그러자 참다못한 주인공이 말한다.


넌 왜 자꾸 나한테 날씨 얘기만 해?


나는 그 친구의 마음이 공감 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괜스레 날씨 얘기 같은 거나 하게 되는 마음을.


내 곁에도 말로 못할 힘든 일을 겪은 친구가 있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술을 한 잔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술을 입에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가 잠시라도 슬픔을 걷어내고 웃게 해주고 싶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다 잊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취기가 올라오니 내심 내가 친구의 술잔을 대신 비워준다는 바보 같은 객기를 부린 것 같다. 나는 온갖 웃기는 얘기를 끌어다 분위기를 띄우고 고꾸라졌다. 그날 결국 다른 친구가 나를 업고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었다. 위로해 주러 나간 술자리에서 본인이 취해 쓰러지다니. 그런데 친구가 나 덕분에 오랜만에 웃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그가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조용한 밤에 혼자 열어본 편지의 첫 문장을 읽고 난 그만 울어버렸다.


나로 인해 힘들었을 시간들,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그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의 옆에 있어주는 게 힘들었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내면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됐다. 친구의 마음씨에 감동받았고 존경하게 됐다. 그리고 사람이란, 위로해 주는 사람을 위로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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