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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을 여행하다

by MARY

모든 시작은 일본인 친구의 아일랜드 방문에서 시작됐다.

내가 아일랜드에 있는 김에 아일랜드에 놀러 오겠다던 친구는 진짜로 아일랜드 행을 실행시켰다.

먼 나라의 친구가 온다니 나름 이곳저곳 보여주고 싶은 곳을 열심히 찾아보고 저장해 두었다.

사실 나는 아일랜드에서 지냈지만 골웨이에서 지냈기에 더블린은 나에게도 가깝지만은 않은 도시였기에 나도 신이 났다.


다만 여행 전부터 일진이 사납다고 느껴질 만한 일이 여러 가지 있었다.

일단, 친구가 밤비행기로 도착했는데 짐이 친구랑 같이 오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을 실제로 겪다니 심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친구를 보기 위해 더블린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역시나 비를 만나서 이른 아침부터 홀딱 젖은 생쥐꼴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더블린에 도착하니 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더블린은 사실 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머물렀던 이래로 처음 들렀던 터라 나도 더블린이 처음 같고 반가웠다.

역시 골웨이보다 훨씬 큰 규모에 개성 있는 큼직한 건물이 시선을 끌었다.

역시 유럽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고풍스럽고 컬러풀한 건물들 같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건물, 골목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후딱 지나가기 마련이다.


친구랑의 만남은 어렵지 않았다. 여분 옷을 챙겨가서 친구에게 빌려주었고 채비를 마친 후 우리는 길을 나섰다. 친구의 짐이 오후, 적어도 골웨이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호스텔에 돌아올 것이라 믿고 말이다.

이 식사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여행 중에 샐러드를 먹었던 기억이 종종 있다.

미식에 진심은 아닌 터라 적당히 배만 채워주면 만족할 수 있다.

식후에는 역시 카페.

10월 말 경이라 그런지 꽤 근사한 핼러윈 장식이 되어있었다.

귀여운 꽃 접시에 올라간 달콤한 디저트는 눈도 입도 즐거웠다.

다음에 더블린에 갈 기회가 된다면, 아직 가게가 그대로 있다면 다시 들르고 싶은 카페이다.


다음은 더블린 방문 필수코스 기네스 팩토리이다!

이곳은 예약을 했기에 반드시 방문하게 된 곳이었다.

아일랜드에 왔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할 기네스,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었다.

1층에는 기념품샵이 꽤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사고 싶은 기네스 관련 상품을 살 수 있었다.

기네스에 진심인 만큼 이 팩토리도 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네스 제조공정을 설명해 놓았다.

입장 순서에 따라 가이드가 설명해 주는 구간도 있어서 기네스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다.

구경하다 보면 이런 약간 귀엽다기보다 기괴한 조형물도 만날 수 있고

각종 기네스 캔 장식도 볼 수 있었다.

단연코 최고였던 건 갓 뽑아낸 기네스를 맛보는 것이었는데 이 맛이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가이드 주도하에 다 같이 한잔 들이켜는 것이었는데 다들 들뜬 분위기에서 재미나게 마실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호스텔에 연락을 취해보니 친구 짐은 도착하지 않았고 골웨이까지 가는 예매해 놓은 버스시간은 다 되어갔다. 급히 항공사 측에 수소문해 보았으나 공항으로 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 길로 부리나케 공항으로 달려갔으나 전화할 때마다 달라지는 안내멘트... 누군가 서 있을 것이다, 1 터미널로 와라, 2 터미널로 와라. 결국 아무도 못 만나고 시간만 지체되었다.

이제는 버스도 날렸고 내 핸드폰 배터리도 0에 다다랐다.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고 눈앞이 아득했지만 친구를 위해 염치 불고하고 공항 내 창구마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계속 문전박대를 당하다가 겨우 매니저로 보이는 남성분을 만나 친구는 무사히 짐을 찾을 수 있었고 우리는 다음 버스로 골웨이에 갈 수 있었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마트에 제대로 들르지도 못해 친구가 가져온 신라면 컵라면을 야식으로 먹었다.

외국에서 먹는 컵라면이 역시 꿀맛이었다.


다음날 월요일이었지만 귀한 손님이 있으므로 학교는 살짝 건너뛰었다.

간단히라도 조식을 먹기 위해 일찍 연 식당을 찾았고 친구랑 나름 브런치를 즐겼다.

이제부터는 내가 지내는, 내가 애정하는 골웨이를 친구에게 보여 줄 시간이었다.

다행히 날이 쾌청하게 맑아서 예쁜 골웨이 풍경을 친구와 나눌 수 있었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골웨이는 한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바람도 상당해서 관광은 어려워진다.

나에게는 매일 보는 풍경이었지만 언제 봐도 청량하고 좋은 풍경이기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관망하였다.

이 카페도 아일랜드에서 사귄 친구랑 종종 가던 카페인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렀다.

사실 아일랜드에서 이렇다 내세울만한 음식은 없는지라 디저트라도 맛있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또 골웨이 하면 빠질 수 없는 버스킹도 마침 볼 수 있었다.

개인이건 그룹이건 항시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 골웨이 거리였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오스카 와일드와 에드워드 빌데 조각상 앞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흠뻑 젖으면서 시작하지를 않나, 친구는 짐을 잃어버리고 공항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고생하고 버스도 놓치고... 당시에는 불행의 연속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냥 낯선 곳에서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추억이었다.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썼던 탓에 언어체계에 혼돈이 왔었지만 멀리서 친구를 맞을 수 있어 좋았고

또 이곳저곳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나름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다.

친구에게도 그런 기억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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