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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여행하다

by MARY

파리, 낭만의 도시.

내가 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해 본 도시.

막상 가서 참 미묘한 느낌이었던 그 파리.


아일랜드에 살면서 주변 유럽국가까지의 항공권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항공권 검색하는 게 취미 아닌 취미였다.

귀국할 날이 다가오자 그전에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아주 저렴한 파리행 티켓.

당장 파리에 사는 대만친구에게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았고 강력하게 갈 운이었는지 시간을 뺄 수 있다는 친구. 그렇게 파리행 티켓을 사버리고야 말았다.


사실 파리행 티켓이었으나 라이언에어인지라 굉장히 이른 시간에 파리 외곽인 보베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정말 다행히 같은 어학원에 다니던 우연히도 같은 비행기라 언니랑 같이 밤을 새우고 더군다나 프랑스어 잘하는 언니덕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본 보배공항은 충격적이게 작고 아담했다.

인천공항이 워낙 좋은 것이니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워낙 악평이 많았던 파리 지하철이었지만 좀 어둑어둑해서 음침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특히 벽에 붙여진 광고랑 각종 예술공연 광고가 마음에 들었다. 역시 예술의 나라 파리 같았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날씨운이 따라주지 않아 꽤 쌀쌀한 날씨에 곧 비가 올 것 같이 흐린 날은 고풍스러운 건물을 보다 음산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길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소리 지르며 다니는 아저씨까지 더해져 그런 음산함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때마침 찾아온 컨디션 난조로 더 부정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리에 왔으니 멋진 건물을 보면 눈에 담고 잽싸게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화재 전의 노트르담드 파리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언니가 아는 맛있는 쌀국숫집이 있다며 데려갔다.

문제는 우리 둘 다 고수를 못 먹는데 고수 빼는 걸 잊어서 고수를 제거하고 먹느라고 고생을 했다.

그래도 날씨에 참 잘 맞는 음식이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파리였지만 낭만을 전혀 못 느낀 건 아니다.

살짝 하늘에 하늘색 빛이 도니 내가 상상했던 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센강도 골목도 아마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라는 것을 알기에 더 음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때마침 12월에 들어가기 직전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을 때였다.

어디에 가도 근사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작게라도 보이는 일루미네이션에 시선을 빼앗겼다.


저녁이 되자 하나 둘 조명이 켜지고 또 다른 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예쁜 파리는 뒤로하고 사실 새벽같이 간 파리였던지라 컨디션 저조와 더해져 그대로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대만친구는 근무 중이기에 그 친구 퇴근시간까지 맞춰서 버티고 또 버텨다.

이 악물고라도 파리를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언니와는 헤어졌고 나름 용감하게 친구가 일하는 라파예트 백화점에 다다랐다.

샤넬매장에서 일한다는 친구를 찾아 백화점 한 바퀴를 다 돌다가 친구를 저 먼발치에서 발견했으나 친구는 끝내 나를 봐주지 않았다.

친구를 기다리며 백화점에 그 어디에서보다도 근사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를 감상했다.


근무를 마친 친구는 친구의 친구와 함께 나를 저녁에 초대해 줬다.

로컬이나 다름없는 친구 덕에 푸아그라도 먹어보고 크림브륄레까지 아주 프랑스 스러운 식사를 했다.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티켓인 까르네 사는걸 친구들이 도와줬는데 매표하던 역무원이 내가 가방에서 돈 꺼내는 것을 보고 나를 조심시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두 번째로 파리에 겁먹던 순간이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 밤길을 온갖 신경세포를 곤두세우고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날 친구는 너무도 고맙게 스케줄을 조정하여 나를 만나러 나와줬다.

문제는 주말이라 평일 열차 시간표와 착오가 있어 친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혼자 역에서 기다리게 된 나는 괜히 에펠탑 열쇠고리나 사게 되는데, 그 직원이 빅뱅팬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겨우 도착한 친구가 데려간 카페는 유럽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였다.

꽤나 호화스러운 프랑스식 아침 식사라니 정말 프랑스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크루아상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본토에서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어 더 신이 났다.


드디어 처음 보는 에펠탑. 날이 흐려서 꼭대기 부분도 가렸지만 에텔탑만큼은 어째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도 잘 간직한 사진이다.




파리를 잘 알고 있는 친구와 다니니 아주 든든했다.

다만 방송에서 대놓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방송을 들을 때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가게 내부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잔뜩 느낄 수 있었다.

서양권 나라에 크리스마스 언저리에 간다면 각 나라마다 크리스마스를 즐겨봐야 한다.

비록 외부이지만 밤 루브르는 너무 멋있었다.

루브르 하면 모나리자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 다빈치 코드가 생각난다.

루브르에 오면 사진 찍는 요령이 있는지 친구 지시에 따라 근처 연석에 올라가 손을 뻗어 꼭대기를 손으로 잘 맞추고 열심히 찍었다.


다음은 크리스마스 마켓.

내가 있던 골웨이 마켓보다도 훨씬 큰 규모의 마켓이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뭘 한다기보다 그 활기찬 바이브가 참 좋다.

거의 하루 종일을 놀았는데 아직 할 얘기가 남았는지 마지막으로 대만식 카페를 들렀다.

프랑스에 와서 쌀국수도 먹고 프랑스식 식사도 하고 대만식 디저트라니, 각종 음식을 다 섭렵하고 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프랑스라 그런지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느껴졌다.

아마 아일랜드에서 와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날 친구가 일하던 백화점에 잠깐 들러서 각종 간식거리도 샀다.

맛도 맛이지만 패키지가 예뻐서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둘째 날도 하루 가득 채워서 파리를 느끼고 친구와의 시간을 보냈다.


대망의 귀국날, 친구와 친구의 친구도 같이 나와 아침을 먹었고 나를 파리 외곽의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당시에 노란 조끼 시위가 막 번지기 시작해서 위험할 수도 있어 친구네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정말 다행히 내가 있을 때까지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는데 그다음 날부터 파리 시내의 가게가 공격당하고 차가 불타는 등 시위가 과격해져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 친구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며 건넨 샤넬 립스틱까지 받았다.

친구에게 대단히 신세를 진 느낌이고 덕분에 파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는, 분명 낭만이 있는 도시였지만 첫인상에서 날씨와 상황이 겁먹게 만들었다.

유명하고 멋진 도시에 갈 수 있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지만 다시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잔뜩 움츠러들어있었던 파리여행.

그럼에도 다시 돌이켜보니 참 많이 즐겼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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