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창 푸른 계절 골웨이에 도착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왔다.
사실 아일랜드는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니라 여름도 비가 오면서 서늘하고 겨울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크게 없다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7월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입김이 났고 8월엔 라이더 재킷을 입고 다닐 정도였다.
난생처음 쌀쌀한 여름을 맞아서 당황스러운 반면 당시 한국은 역대급 더위를 겪고 있어 그 또한 놀랄만한 일이었다.
내가 아일랜드에 도착한 직후 따스하고 화창한 날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아일랜드에서의 가장 추웠던 날은 핼러윈 즈음 10월 말로 기억한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특히나 추위에 약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처럼 영하 15도 같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이 없다 뿐이지 이곳의 겨울도 꽤나 추운 건 매한가지였다. 또 문제가 섬나라에다가 비가 잦은 기후로 습하기 때문에 으슬으슬한 뼈가 시린 조금 다른 유형의 추위였다. 역시 기온만 보고 얕잡아봐서는 안된다.
추워진 골웨이에서 버텨낼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한국에서 챙겨간 전기매트.
북극곰 모양의 전기매트는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비록 전기세 폭탄이 두려워서 한국에서처럼 넉넉히 쓰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잘 때만큼은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침대 위의 물건은 스위스 친구에게서의 선물이다.
스위스 초콜릿은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두 번째 겨울나기 아이템은 방에 있던 라디에이터였다.
이렇게 이동식 라디에이터와 벽에 붙어있는 형태의 라디에이터가 있었는데 아무리 풀가동을 해도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건 역부족이었다. 한국의 보일러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커튼을 창틀에 밀어 넣어 최대한 보온에 힘써보았다.
역시 겨울은 어느 나라에서건 참 어려운 계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힘든 겨울이라고 해도 겨울 풍경을 구경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살짝 황량해지고 옅어진 하늘에 푸른빛이 거의 없어진 땅의 조화는 또 다른 장관이었다.
골웨이에서도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시티센터에 관람차가 설치되었다. 어떤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길지 기대가 되었다.
한참 겨울이 시작될 무렵 처음 가봤던 버거가게였는데 두툼하고 큼직한 버거가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 덜 완성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보였던 SAVOURY.
이 단어만 보면 영드 미란다가 생각난다. SAVOURY MUFFIN을 외치던 미란다.
구름이 없는 골웨이는 청정한 하늘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건물도 낮고 세상 미세먼지 비슷한 것도 하늘에 존재해 본 적이 없는 듯한 청량하고 투명한 하늘이다.
느지막이 나가 걸으며 그런 하늘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았다.
아마 마트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좁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그 아래를 바라본 풍경이다.
왠지 밝으면서 어두운 그리고 투명한 하늘이 참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사진에서 저녁시간의 그 뭉클한 마음과 또 찬 공기가 여전히 느껴진다.
여행이 아닌 짧게나마 거주로 타국에 머무르니 여러 계절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봄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여러 계절에 다양한 풍경을 누릴 수 있었던 게 참 좋은 경험이었다.